경기도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을 완화하고자 택시요금 인상 시점을 올 하반기로 미루며 업계의 반발(2월17일자 5면 보도=택시요금 인상 연기 조정… 업계 단체행동 불사)을 산 가운데, 현장 택시 기사들은 "고사 위기에 처한 택시 산업의 실정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한탄했다.
27일 오후 1시께 수원시 남수동의 한 택시 쉼터에 기사 6명이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요금은 서울에서만 올렸는데, 손님들은 경기도 택시도 요금을 올린 줄 알더라"면서 "실제로 올랐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텐데, 손님만 줄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당초 경기도는 오는 3월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 인상하려고 했으나, 가스·전기 등 잇단 공공요금 인상의 여파를 감안해 올 하반기로 요금 인상 시기를 조정했다. 지난달 열린 '경기도 택시요금 조정(안) 마련 공청회'에서는 요금 인상과 관련한 구체적 시점까지 언급된 바 있다. 현재 택시업계가 "손바닥 뒤집듯 요금 조정을 미루려 한다"고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매년 올릴 이유 충분했지만 경기도가 미뤄… 고사 직전 실정 전혀 몰라"
수원 등록 법인택시 1570대중 324대 휴업… "사정 안좋아 지원자도 없어"
경기도 역시 택시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중앙경제연구원이 경기도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합리적 택시요금 조정방안 수립 용역'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류비 인상 등을 포함한 택시의 ㎞당 운송원가는 16.86% 증가했다. 택시 기사들은 매년 택시요금 인상요인이 있었음에도 경기도가 대외적인 여건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미뤄온 탓에 업계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노동 강도와 비례하지 않는 수입 때문에 2019년 이후 법인택시 기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된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만5천7명이었던 경기도 법인 택시 기사의 수는 2022년 10월 1만895명으로 급감했다.
결국 기사가 없어 운행하지 못하는 택시가 증가하는 결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은 기사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현재 수원시에 등록된 법인택시는 1천570대인데, 이 중 324대가 휴업 중이다.
이날 만난 한 법인택시 기사는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면 우선 사람이 구해져야 하는데, 업계 사정이 좋지 않으니 지원자가 거의 없다"면서 "최근에 젊은 기사가 며칠 근무하더니, 차량을 몰래 반납하고 도망갔다. 택시, 그중 법인택시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토로했다.
한편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본부·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본부·경기도택시운송사업조합·경기도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4개 택시단체는 오는 3일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면담하고 요금인상 필요성을 피력할 예정이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