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재석 297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정치권이 예상했고, 법 절차에 따라 확정된 결과이다. 하지만 이 대표 사법사태로 초래된 정치적 파장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둘러싼 법적 시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정치권에 가늠할 수 없는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탈표 없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했던 민주당은 반대 보다 찬성이 더 나온 표결 결과에 망연자실했다. 민주당 의석 169석에 친야 야당 및 무소속 의원 표를 합해 170석을 넘는 반대표를 기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의당 등 최대 120여표로 예상됐던 찬성표는 20표 가까이 더 나왔다. 민주당내에서 찬성, 기권, 무효표가 무더기로 쏟아진 결과로 보인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부결이라는 작은 승리를 챙긴 대신 당의 단합이라는 큰 가치를 잃었다. 이 대표는 이날 체포동의안 요지인 위례·대장동·성남FC 범죄혐의는 구속을 면했지만, 검찰은 백현동·정자동·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수사 결과로 계속해서 체포동의를 압박할 것이 확실하다. 민주당의 이탈표는 더 이상의 방탄의정은 안 된다는 집단의사 표현이다.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민주당의 내홍은 불문가지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같은 사태를 대여공세로 가리고 나설 경우 정쟁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김건희 특검,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참사 등 동원 가능한 정쟁거리를 정국 전면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에겐 최악의 정치상황이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규정한 헌법의 시대착오도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이다. 애당초 이 대표가 보통 국민들처럼 체포동의 특혜 없이 법원의 구속영장심사를 받았다면, 불필요한 정쟁으로 국정동력을 낭비할 이유가 없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의 이 대표 수사 전체를 사법살인이라 우기지만, 시대의 상식과 어긋난다. 예상 밖의 당내 이탈표가 이를 증명한다.

이 모든 정치적 혼란이 단 한 사람인 야당 대표에서 비롯된 어처구니 없는 현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비현실적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은 보통 사람과 같은 수준의 법적 정의와 형평성을 요구한다. 당내 결속도 급격히 흐트러져 있다.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판사 앞에 서기를 거부한다면 정치적으로 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