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국회 표결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 169명과 친여 무소속 등이 압도적으로 부결시킬 것이라는 희망이 무참하게 깨지면서다. 오히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많았을 정도로 당내 이탈표의 규모는 심각했고, 정치적 해석들이 범람한다. 이 대표의 당내 주도권이 현격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를 막는 목적은 달성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당내 분란을 봉합하려던 의도는 무산됐다. 이 대표와 당 지도부는 충격에 말문을 닫았다. 의원들도 말을 아낀 채 이 대표와 지도부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당의 진로를 놓고 대토론이 불가피한 마당에, 서로를 자극할 계파성 발언을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침묵의 공간에서 이 대표의 열혈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기권·무효로 이탈했을 만한 민주당내 반명 의원 색출에 나섰다. 28일 온라인에는 이 대표 친위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낙선대상의원명단, 수박명단, 반란군명단이 게시됐다. 반 이재명으로 거론됐던 의원들을 망라해 이른바 '살생부'를 작성한 것이다. 지역구에서는 당원들이 직접 의원들에게 표결 내용을 확인해 인증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무기명 투표를 예측으로 단정하고 강요로 확인하는 행위는 동의하기 어렵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소신과 양심을 통제하겠다는 집단적 무력행사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무력행사의 기준이 이 대표와의 친소뿐이라면 더욱 그렇다. 당을 위한 다양한 소신과 견해를 특정인을 기준으로 양단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은 민주당의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헌신해 온 역사를 간직한 대표 정당이다.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진보 정당의 가치를 앞세워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의 위기도 당내 소통과 화합으로 극복해야 한다. 진보의 가치와 당내 민주화로 재무장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게 악몽이다. 현재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 활로를 열 수 있다는 얘기다.

당을 지킬 마음이 있다면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이재명 친위 팬덤을 향해 자제를 요구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면 위기 극복을 위한 시도조차 못한 채 극단적인 분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