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메모리사업에서 올 1∼2월 3조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최근 20년 중 최악의 '어닝쇼크'(실적 충격) 우려가 커졌다. 실적 대부분을 메모리에 의존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올 들어 D램은 물론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레시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탓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메모리 생산과 투자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여건 또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의 수출 부진으로 교역조건도 22개월 연속 악화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23년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의 국내 수출물량과 금액이 2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수출물량·금액이 4개월째 내리막이다.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으로 수입 가능한 전체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지수 또한 12개월째 하락행진 중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국가적 총력 경주를 주문했다. 근래 들어 중국이 '위드 코로나 19'를 선언하고 경기진작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3.0%에서 올해는 5.0% 내외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천558억 달러로 2021년보다 4.4% 줄었으나 비중은 전체 수출액의 22.8%로 여전히 가장 높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분명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코로나 19 이전과 같은 실적은 어려울 전망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 경제활동을 본격화할 경우 세계에너지 수요를 자극해서 국제유가 상승이 불가피한 탓이다. 올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두바이유) 이상 오를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IMF가 전망한 1.7%보다 낮아지고 오히려 국내물가만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미·중 간 파워게임 심화에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도 가늠되지 않는다. 미국의 인플레 잡기는 또 다른 변수여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글로벌 복합위기 충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강대국들과의 균형외교가 더욱 요구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