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외동포청 유치전을 본격화한 가운데 소관 부처인 외교부 쪽에서 느닷없이 동포청 입지는 "서울이 적절하다"는 입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례 브리핑 후 기자들에게 재외동포청 신설 지역과 관련해 "외교부 차원에서는 정책 수요자인 재외동포들의 편의성,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서울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이는 재외동포들의 공통적 의견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해당 발언이 나온 날,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공포안을 공개 서명했다. 대통령이 재외동포청 신설법에 서명하자마자 소관 부처 쪽에서 동포청 입지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尹대통령 정부조직법 공포안 서명날
고위당국자 "서울이 적절" 발언 논란
소관부처서 입지 가이드라인 내논셈


현재 인천시, 광주광역시, 충남 천안시 등 지자체가 재외동포청 유치전에 뛰어들어 각자 지역 특성을 연계한 유치 명분을 다지고 있다. 앞으로 동포청 유치 의향을 밝히는 지자체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인천시는 재외동포청 설립이 가시화하기 전부터 수개월째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7월 민선 8기 출범 직후부터 행정안전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에게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건의하거나 싱가포르, 호주, 유럽, 미국 하와이 현지를 방문해 한인 단체들로부터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다. 6일 인천시청 애뜰광장에서 '재외동포청 인천유치 시민운동본부'가 출범해 범시민운동으로 확산한다.

재외동포청 신설 지역은 외교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 조직을 기획하는 행안부, 대통령실 등과 협의해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가 서울 입지 근거로 내세운 재외동포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은 오히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둔 인천의 강점이기도 하다.

인천 지역사회에선 서울에 청사를 둔 외교부 내부에서 지방에 외청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행정편의주의' 접근을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외교부의 언론 플레이'라는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수개월째 명분 다져온 인천 '불쾌감'
'행정편의주의 접근' 정부 횡포 지적


국민의힘 인천시당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재외동포청 유치전에 지자체들이 선수로 나선 상황에서 심판을 봐야 하는 외교부가 입지 선정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중앙부처의 횡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 당국자가 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장관도 재외동포청 입지가 서울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끼며 "재외동포청 입지는 외교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안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민 역사를 함께한 지역이면서 접근성과 편리성 등 모든 여건을 갖춘 인천이 재외동포청 최적지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재외동포들의 지지와 지역사회 염원을 담아 재외동포청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해경 떠나고 중국 어선 기승… 재외동포청 안오면 또 지역 반발)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