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2시,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서 호매실IC로 이어지는 왕복6차로 도로 한가운데 녹지 위로 형광색 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한 남성 2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쌩쌩 지나는 차들 사이로 녹지형 도로분리대 위에서 미화작업을 하는 이들이었다. 쓰레기를 줍고 가지치기 작업도 하면서 가끔 노란 중앙선으로 내려오기도 하는 등 아슬아슬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도로 정중앙에서 이뤄지는 위험천만한 미화작업은 이튿날인 3일 화성에서도 목격됐다. 화성시 반정동 동탄원천로에서 환경미화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A씨는 "원칙대로면 중앙분리대 녹지도 올라가서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잘 못 한다. 통상 환경관리를 목적으로 도로를 통제해 놓거나 하지는 않아서 차량 사이를 오고 가는 게 위험하다"고 말했다.
차량 사이 오가며 봄철 미화 작업
일관된 관리 기준 없어 위험 감수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봄철을 맞아 경관용 가로수 가지치기 등 녹지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미화원들은 차도와 인접한 곳에서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도로 한가운데 녹지를 조성해 나무와 꽃 등을 심어놓은 녹지형 중앙분리대 경관 관리 작업은 대체로 별다른 통제 없이 진행되며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 쉬운 상황이다.
녹지형 중앙분리대는 교통사고 예방, 미세먼지 저감효과에 힘입어 지자체들이 정책적으로 조성하는 추세로, 수원시에만 31.382㎞에 걸쳐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 작업하는 미화원들은 도로 사이에 위치한 입지 때문에 매번 위험성을 감수하고 작업에 나서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일관된 안전관리 기준이 없다는 점인데, 각 지자체는 도로공사장에 적용되는 안전관련 시행규칙 등 관련법을 재량껏 준용하고 있다. 관리주체에 따라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도로 위 미화원들의 안전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화원들의 산업재해 사고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865건이 접수됐으며 이 중 29건이 사망사고였다.
수원시 관계자는 "공사 발주 당시 시방서에 교통 혼잡을 주지 말고 안전하게 하라는 내용이 들어가지만, 구체적인 특정 지침에 근거한 것은 아니고 의무 사항도 아니다"라며 "시 차원에서 현장에 나가서 감독하면서 위험해 보이는 곳은 안전 유도 차량을 세우거나 안전관리위원이 경광봉을 들고 안내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