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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또래보다 키가 크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사춘기 현상이 지나치게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조숙증은 여아 8세, 남아 9세 미만을 기준으로 또래보다 2년 이상 일찍 발달이 진행될 때 진단된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초경이 일찍 나타나거나 성장판이 빠르게 닫힐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성조숙증으로 진료받은 어린이는 2019년 10만8천576명에서 2021년 16만6천645명으로 2년간 5만8천여명이나 늘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김신희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최근 성조숙증으로 진료받는 어린이가 많이 증가한 이유는 성장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 부모들이 늘어난 데다 소아비만, 환경 호르몬 등의 영향이 크다"며 "같은 기간 국내 소아·청소년 인구가 7% 이상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 이상으로 성조숙증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女, 만 8세 이전 가슴에 멍울… 男, 만 9세 이전 고환 커져
'기질적' 원인 질환 고쳐야… '특발성' 사춘기 지연 치료를
"친구들보다 좀더 빠른 것" 당황하지 않도록 이해시켜야


성조숙증이 진단된 여아의 80% 이상은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특발성 성조숙증이다. 남아는 50% 정도가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고환 질환, 갑상선 저하증 등 기질적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아내분비 전문의는 병력 청취를 통해 2차 성징이 나타난 시기, 진행 속도, 성장 속도 변화, 성조숙증 가족력, 출산력, 과거 병력 등을 파악한다. 이후 신체 성장과 사춘기 발달 정도를 평가하고, 뼈 나이를 측정해 나이에 비해 어느 정도 앞서 있는지 등을 평가한다.

김신희 교수는 "성장이 또래보다 매우 빠르거나, 뼈 나이(골연령)가 아이의 나이보다 1년 이상 앞서 있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에 멍울이 생길 경우,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경우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성조숙증의 기질적 원인이 있다면 그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기질적 원인이 없는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에는 사춘기 지연 치료가 이뤄진다.

성조숙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또 일회용 용기 사용을 줄이고 환경호르몬에 노출이 덜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신희 교수는 "어린 나이에 사춘기를 겪게 되면 아이들이 당황하고 힘들어 할 수 있다"며 "이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사춘기는 정상적인 성장 과정으로 모두가 사춘기를 겪는데 단지 친구들보다 좀 더 빨리 찾아온 것이라고 이해시키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