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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가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어머니가 30년 싸워온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간 일본에서 소송할 때 도와준 일본 사람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일본 미쓰비시 기업에 강제로 끌려가 근로정신대로 1년 7개월을 보낸 김성주 피해자 할머니의 아들, 민병찬 씨는 7일 어머니, 김성주 할머니 옆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성주·양금덕 할머니, 그리고 피해자 가족인 민 씨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배상을 촉구하는 의원모임 등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 어렵사리 참석했다.

간담회는 국회 본청 계단에서 진행된 시민사회단체 1천532곳이 참여한 강제동원 제3자 변제 해법 강행규탄 시국선언에 이어 진행된 터라 봄볕에 지친 어르신들이 10여분 간 휴식을 취한 뒤에서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 마련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억울하게 꾀임에 넘어가 그곳에서 멈춰버린 인생을 위로받고 싶어 했다.

전남 순천 출생의 김성주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전 담임교사의 말에 꾀어 일본으로 갔다.

김 할머니는 "어느 날 작두에 손가락을 잘렸는데 일본인 감독이 그 잘린 손가락을 하늘에 던지며 놀렸다. 일본에 있던 중 작은아버지가 편지로 알리기로, 내가 업어키우던 동생이 죽었다고 해 잠시만 보내달라 사감에게 부탁했는데도 나오지 못했다. 그날 저녁 큰 달을 보고 '달아달아 너는 우리집 들여다보겠지. 나는 갔다오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김 할머니는 잘린 손가락을 가지고 놀며 놀려대던 일본인 감독을 말하던 중 숨이 가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일을 시켜놓고 월급이란 것은 없었다. 그래도 지금도 일본놈들이 잘못했다고 말한다면 우리가 그걸로 끝내겠는데, 외려 우리한테 의지를 하려는 그런 심보를 갖고 있다"고 호통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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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왼쪽)와 김성주 할머니가 강제동원 정부 해법을 규탄하고 일본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3.7 /연합뉴스

양금덕 할머니도 초교 교장이 상급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꾀임에 넘어가 미쓰비시로 갔다. 양 할머니는 "배가 고파 일본 여자애들이 남긴 밥을 거기 두고가면 먹자 했더니, 그 애들이 그 밥을 바닥에 버리고 발로 짓이겨 밟고 갈 때 너무 서러웠다. 쌔빠지게 고생하고 왔더니 동네 어른들이 '몇놈이나 상대했냐'고 할 때는 마음이 무너졌다"고 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정부가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데 대해 "외교부 공무원에게 변호사 통해 얘기하라는데도 집요하게 찾아와 피해자 15명 중 13명 정도가 이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피해자들은 모두 빠른 해결을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해결을 바란 건 아니다. 이춘식 할아버지께서는 '먼저 돌아가신 다른 피해자들한테 정정당당한 결과를 받아오라'고 말씀하셨다. 의견수렴이 있었다면 이분들의 의사가 반영됐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부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이후 반발이 확산되자 이번주부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측과의 개별 소통을 시작할 전망이다.

외교부는 피해자 판결금 지급 절차 등을 맡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과 함께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피해자 측을 개별적으로 만나 정부안을 설명하는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한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은 총 15명이며 일본제철에서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 간의 미래 지향적 협력은 한일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며 "그동안 피해자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온 결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