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불이 나면 진화 작업이 어렵고 피해 규모가 크다. 소규모 점포가 미로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어 불이 사방으로 옮겨붙기에 십상이다. 더구나 가연성 건축자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불을 확산시켰다. 국내 전통시장 화재 대부분이 이런 구조적 배경 속에서 피해를 키웠다. 지난 4일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자동화재 속보설비가 작동해 소방이 출동했으나 밤 11시 38분께 발화해 47개 점포를 태우고 그 이튿날 새벽 2시 23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재산 피해액은 상당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피해 복구 사업의 실효성이 시장 상인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 기관과 지자체는 전통시장 건축물이 구조적 요인 탓에 화재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개선 속도가 더딘 것이 문제다. 전통시장 아케이드 아치형 지붕 대부분은 가연성 재질이다. 현대시장 아케이드 지붕 역시 2013년 8월 설치된 것으로 가연성인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돼 있다. 동구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과거 전통시장 환경개선사업을 하면서 '경쟁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화재 예방'을 소홀히 한 사실을 되짚어 보고 개선책을 내야 한다. 인천의 아케이드형 전통시장 10곳 중 8곳이 가연성으로 돼 있으니 이를 불연성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입안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은 민간 보험사의 전통시장 화재보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 화재공제가 제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보고 법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세한 시장 상인 처지에 보험료율이 높은 민간 보험도, 보장액이 낮은 화재공제도 마뜩잖다. 보험사 역시 화재 취약 장소로 분류된 전통시장의 화재보험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전통시장 화재보험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모두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국회는 현대시장 화재현장에서 약속한 대로 시장 상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긴급대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사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는 방식이 곧 그 지역 행정가와 정치인의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