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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사회부 기자
"170표 이상 부결 나오지 않을까요.", "무기명 비밀투표잖아요,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당내 분위기는 역시 부결입니까?", "네, 틀림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표결이 있었던 지난달 27일 아침 곳곳의 라디오 방송에서 진행자들이 던진 질문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답변들이다. 경기도 내 한 공공기관 출입기자실에서도 170표까진 아니더라도 일단 부결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결과는 사실상 반대였다. 가결 조건인 과반수(149표) 찬성을 충족 못해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으나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1표 더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승리"를 외쳤다.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자들이 즉시 이탈표 색출에 나서는 등 상반된 모습이 나왔다. 결국 무기명 비밀투표가 변수로 작용해 적지 않은 이탈표를 만든 것이다. 정당 내 다수 의견과 배치된 표를 던지더라도 '익명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의원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수원시의회에서 여야가 갈등을 빚던 한 조례 안건을 두고 표결을 진행했는데, 여기선 익명성이 보장되지 못했다. "무기명으로 할 것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요청한다"는 한 민주당 의원의 제안이 있었으나 의장은 "의장 결정권이라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곧바로 거수 투표로 안건을 처리했다.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을 두고도 '당당한 정치인이라면 기명으로도 소신과 책임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국회가 인사 등에 대해 무기명으로 표결하도록 하듯이 지방의회도 중대사안과 관련해선 최대한 민주적 절차를 보장할 여지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당 내 다수 의견에 반하는 표를 던지도록 숨겨주자는 게 아니라, 정당을 떠난 소신 투표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안건에 대해선 잠시 색깔을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고민할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