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1만원으로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전체 사교육비 총액은 2015년 17조8천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재작년보다 10.8% 증가한 26조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 19로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못한 탓에 학습격차가 심화하면서 부모들의 불안이 증폭된 때문이다. 가파른 물가상승은 설상가상이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문제일 뿐 근본원인은 조기교육 열풍과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발맞춰 절대평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특목고 진학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중학생들의 선행학습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둘째가 올해 중2에 올라갔는데, 작년에 대학에 진학한 첫째가 중학생일 때보다 사교육비를 6배 이상 더 쓴다"고 씁쓸해했다.

요즘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 등에서 고등학교 선행학습을 하는 등 사교육이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기본코스가 됐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은 더 커 보인다. 영어유치원이 필수로 인식되는 지경인데 웬만한 영어유치원의 한 달 수강료가 2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이다. 사교육이 자녀들의 스트레스를 점점 더 키움은 물론 가정경제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기형적 입시에 전 국민이 사교육 볼모가 된 것이다.

가장 심각한 점은 사교육비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세계 최저인 0.78명으로 끌어내리는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무자식 상팔자'인 세상이 된 것이다. 한 교육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여파 속에서 부모들이 자녀 한 명에게 양질의 사교육에 집중하는 탓에 향후엔 1인당 사교육비가 더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학령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으나 사교육 시장은 갈수록 과열되는 것이다.

"내 아이만 뒤처질라"는 학부모들의 불안감 해소가 관건인데 공교육이 제구실을 못한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도 전혀 안 되어 있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에 사교육비 경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 교육 정상화에 정부와 여당은 물론 정치권 모두의 대승적 협력과 노력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