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만한 재정 운영을 막겠다며 만든 '보편 복지' 페널티가 난방비 폭탄으로 고통을 겪은 서민들을 도운 지자체까지 옥죄면서 '지방 자치'를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금 복지를 과도하게 지급하는 지자체의 정부 교부세 지원을 줄이겠다는 방침 때문인데, 재난과 질병 등 각종 민생을 위협하는 사안들에 대한 지자체의 '적극 행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 평균比 높을땐 교부세 감액
난방비 보편지원 시군 페널티 포함
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시군의 세출결산액 중 현금성 복지 지출결산액 비중이 다른 동종 지자체(광역·기초단체) '평균' 보다 높을 경우 높은 비율만큼 지방교부세를 감액할 예정이다. 다만, 평균을 초과한 현금 복지 사업이 취약계층 등 선별 지원일 때는 제외된다.
행안부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보통교부세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12월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파주, 안양, 광명, 평택, 안성 등 지난 2월 난방비 보편 지원 결정을 내린 시군들이 페널티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파주시는 가구당 20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442억원을 편성했는데, 행안부 지침에 따라 수십억원 이상의 교부세가 감액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일까지 파주시에 접수된 전 가구 난방비 지원 신청률은 6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방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지자체의 복지 사업 축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전 재정 취지달리 사업축소 우려
기준 모호·결산 끝나야 추산 '지적'
행안부가 페널티로 정한 '보편 복지' 사업의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모호할 뿐 아니라 감액 정도도 한 해 예산 결산이 끝나야 추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상황 당시 전 도민에게 지급된 '재난기본소득'도 페널티에 적용될 수 있다.
난방비 보편 지원을 추진한 한 시군 관계자는 "현금 복지 페널티 관련 사안이 사업 실행 부서와 예산 부서 간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난방비 보편 결정이 이뤄졌다"며 "앞으로 있을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도 단체장의 지시 또는 주민들의 요구로 긴급한 지출이 불가피할 텐데, 페널티를 감수하고 지자체가 선뜻 지원에 나설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논평을 통해 보편 복지 페널티를 결정한 정부에 대해 "기초단체장들이 도민의 안전과 민생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앞서는 동안 윤석열 정부는 이를 이용하여 민생을 팽개치고 권력 투쟁에만 진심을 보이는 행태를 언제까지 이어갈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