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영하 20도 날씨에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태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 열악한 이주노동자 숙소문제가 불거졌으나 가설건축물 숙소로 대표되는 열악한 환경과 처우는 여전히 횡행한다. 불과 한 달여 전 경인일보 취재진이 찾은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의 창고 겸 비닐하우스 숙소는 흰색 샌드위치 패널을 조립해 만든 방으로, 월세 20만원을 내고 살고 있었다. 샌드위치 패널, 엉킨 전선, 전기난로 등 누전과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나 안전장비 하나 없었다. "아무리 춥고 위험해도 견뎌야 한다"는 게 그의 외로운 대답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포천 돼지농장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60대 태국인 노동자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농장주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온 이 남성이 숨지자 시신을 버렸고, 결국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그가 살던 숙소는 돈사 건물 한 귀퉁이에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작은 구조물이었다. 가로×세로 9㎡ 정도에 불과한 좁은 방은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옆에는 방의 절반 크기 정도 되는 열악한 주방만 있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는 불법 체류자라 보호대상에서도 제외된 '유령'같은 존재였다.

국내에 거주하는 태국인 불법 체류자는 14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기본적인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난달 23일에도 전북 고창의 한 주택에서 태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도 10년 전 한국에 들어와 불법 체류자가 됐는데, 강추위에 밀폐된 방안에서 장작불을 피웠다가 질식사했다.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어느새 일상화됐지만, 이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업분야에 한정한 경기도 내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6천388명이다. 이들은 숙식을 하면서 일하는데, 열악한 주거환경이 매번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도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농업분야 외국인 노동자 주거지원사업을 추진했는데, 예상처럼 호응을 얻지 못했다. 도가 지원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기숙사 등 숙소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사업을 포기한 사례가 많았다.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더 심각해진다.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제해야 한다. 농장주에게도 고용에 대한 책임을 묻고, 불법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