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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대학교 근처 원룸촌으로 돌아온 학생들이 방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 12일 오후 화성시 수원대학교 인근 원룸촌에 원룸 임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2023.3.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집을 4개월 만에야 겨우 구했네요."

오산시 소재 한신대학교에 다니는 박모(22)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학교 앞의 원룸을 구하다 크게 애를 먹었다. 학교에서 2㎞ 정도 떨어진 병점역 인근 기존 집의 계약기간(2년)이 끝나는 데다, 이전 학기 종료 시점과 맞물려 집을 학교 앞으로 옮기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겨우내 학교 인근 부동산을 돌며 발품을 들였지만, "나온 집이 없다"는 말에 번번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다 박씨는 3월 새 학기 개학일에 맞춰 겨우 방 하나를 구했다. 박씨는 "졸업생이 나가고 신입생과 복학생이 교체될 시기여서 쉽게 방을 구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

부동산 몇 곳에 예약을 걸어놔 겨우 집을 구해 다행"이라면서도 "주변에는 나온 집이 없다 보니 고시원에 잠시 머무는 친구도 있고 상태를 안 보고 무작정 (매물로) 나온 집에 들어간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엔데믹' 한신·수원대 '품귀현상'
코로나로 학생들 잠시 떠난 사이
인근 산업단지 직장인들이 차지

코로나19의 엔데믹으로 새 학기를 맞는 경기도 내 대학가의 원룸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코로나19가 심화하는 동안, 재택수업 등으로 대학생들이 원룸을 떠난 자리를 인근 대형 산업단지와 기업의 직장인들이 채운 게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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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찾은 수원대 앞 횡단보도.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새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이 횡단보도 앞에 모여 있다. 2023.3.10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지난 10일 찾은 화성시 소재 수원대 인근 원룸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학교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정모(58)씨는 "통상 12월부터 2월까지가 학교 근처 부동산들의 '성수기'인데, 방이 없어서 집을 보러오는 학생들을 돌려보내는 상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대학가에 원룸과 오피스텔이 몰려 있고, 가격이 괜찮은 편인데 인근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학생들이 없는 틈을 타 많이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원대와 차로 10분 내외 거리에 수원의 대표 산업단지인 '고색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다.

수원대를 중심으로 사방에 대단지 아파트 건설현장들도 몰려 있다. 특히 고색산업단지 주변 주거지가 단지 내 인원을 품을 만큼 충분치 않은데, 이곳의 사람들이 대신 대학 원룸촌을 찾는다는 것이다.

한신대 인근에서 13년 동안 부동산을 운영하며, 주로 학생들을 상대해온 공인중개사 박모(65)씨는 "학교 주변의 원룸을 넉넉히 잡으면 총 1천500세대 정도인데, 코로나로 학생들이 나간 자리에 직장인들이 자리 잡으면서 이번 방학에 매물로 이어준 집은 손에 꼽는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더 주면서 1.5룸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고, 집을 구하지 못해 병점역으로 넘어가 집을 구한 이들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