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야 한다', '별 도움 안 된다'는 주장이 엇갈리지만, 윤 대통령이 시작한 출근길 질의응답 시간은 누구도 시행하지 않았던 소통의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윤 정부는 '국민 속으로'를 실천하기 위해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최초의 정권이다. 출근길 문답이 진행되면서 기자들도 대통령의 속마음을 알 수 있고, 즉흥적인 답변에서 국정의 기조를 읽을 수 있었다.
여러 부침 속에 무려 61번의 도어스테핑을 진행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정의 방향성과 국가 경제·안보 문제, 글로벌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과거 청와대의 취재 환경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MBC기자와 설전 사태후 113일째 잠정중단
임시벽 설치… 尹 '국민속으로' 다짐과 달라
그러나 지금, 그 자리엔 임시 벽이 쳐져 있고 얇은 나무 합판 가림막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고 하니 화분과 조화 벽을 임시로 설치해 놓고 있다. 예전에는 통로 사이로 가끔 대통령의 동선과 오가는 내외빈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볼 수 없는 단절된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
이건 윤 대통령이 처음 얘기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다짐과 다른 것이다. 일부 언론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치더라도 이런 빌미로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를 막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이렇게 오랜 시간 내버려둬서는 더 치사한 일이다.
윤 대통령 자신도 도어스테핑을 정착시키고 전통으로 만들려는 강한 의지를 여러 번 보인 바 있다.
언론의 갈증,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다시 해야 한다.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고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시작한 일이다. 국민들도 출근길에 툭 던지는 대통령의 한마디를 다시 듣고 싶어 한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 계획 없이 지속할 수 없다는 건 참모들의 궁색한 변명이고, 책임 회피다. 자꾸 MBC 기자와 벌였던 설전을 떠올리며 '아직 때가 이르다'며 대통령의 '심기'를 운운하는 참모들은 더 얄궂다. 솔직히 말해 그들의 내심을 더 알고 싶다. 혹 이른 새벽 현안을 챙기는 윤 대통령의 요구·지시(?)와 자료를 만드는 일에 힘이 부쳐 그런 건 아닌지, '이거 안 하니 새벽 시간이 편하다'는 무사 안일주의가 발동한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기자실의 경우도 다시 하면 대통령의 한마디를 놓고 후속 취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느끼거나 '지금이 낫다'는 방관자적 자세를 보이는 건 아닌지 되새겨본다.
재개시 임기 중·후반 더 값진 성과·업적 남아
서둘러 소통의 장 만들어야… 참모 역할 크다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대통령의 자리는 지금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하고 현안을 다뤄야 한다. 지금은 61회에 그쳤지만, 임기 중·후반이 지나면 '마일리지' 횟수보다 더 값진 성과와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지금 화나고 힘들다고 내버려두면 현명하지 못한 지도자로 남을 것이다. 꿈은 생각하고 실천하는 데 그 목적이 있고 가치가 있다.
하루속히 국민과 소통할 묘안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언론과 계속 척을 지고 대립하는 구도는 국익도 국민들에게도 좋지 않다. 언론의 굴복을 강요해서는 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는 최근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로비 리모델링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자들에게 따뜻한 손짓(?)을 한 것은 관계 개선의 의지로 읽었다. 그래서 대통령실과 기자단은 이제 방식은 조금 달리하더라도 어떤 형식이든 대통령과 국민 간의 진솔한 소통이 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특히 참모들의 역할은 더 그렇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