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법을 두고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변제' 배상안에 대해, 배상 당사자인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받아들일 뜻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두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에 대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2018년 대법원의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 측 소송 대리인은 13일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위자료 채권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의뢰인 양금덕·김성주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 증명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6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피고 일본 기업 대신 국내 민간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거둬 대신 변제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대리인은 또 "의뢰인의 확정판결에 따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제3자가 채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변제하여 소멸시켜도 되는 성질의 채권이 아니다"고 밝혔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10대 시절인 1944년 5월 미쓰비씨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돼 1945년 10월 귀국할 때까지 17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고 강제노동 피해를 입었다. 또 1944년 12월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에 공장 건물이 붕괴된 탓에 발목과 허리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일본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은 지난 2012년 10월 광주지방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6년 뒤인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은 배상 이행을 거부했고, 그 사이 현재 원고 5명 가운데 3명이 차례로 숨져 남은 생존자는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2명 뿐이다.
한편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원고 4명 중 유일한 생존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도 이날 소송 대리인을 통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측에 같은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생존 원고 피해자 3인과 대리인 측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직접 방문해 관련 문서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