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원내사령탑을 뽑는 당내 선거가 이재명 대표의 잇단 악재 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나온 이후 이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의원들(비명계)과 그렇지 않은 의원들(친명계) 사이에서 견해 충돌이 잇따르는 데다, 최근 이 대표 측근 인사의 사망이 더해지면서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당 중진 의원들의 공개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후문이 적지 않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가해지면서 친명 깃발을 든 후보가 등장하지 않는 등 원내대표 선거 자체가 내·외부 요인으로 인해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까지 흘러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4월 말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후보군에는 김경협(부천갑)·박광온(수원정)·윤관석(인천 남동을)·이원욱(화성을)·홍익표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두관·안규백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표·측근 사망에 친명·비명계 유력 후보군 공개 행보 제동
"이전보다 훨씬 더 조용… 부담 작용 진영 깃발 들기 쉽지 않아"


지난달 초만 해도 이들 후보군은 개별적으로 유권자인 당내 의원들을 접촉하거나 왕래가 드물었던 의원실에 인사를 다니는 등 표심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물밑 작업이 자취를 감췄다는 게 당내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도내 A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해가 바뀌면서 후보들이 활동하는데, 이번 선거는 달아오르기는커녕 이전보다 훨씬 더 조용하다. 의원실을 다니며 인사하고 식사하자고 하는 등의 선거운동이 거의 없다"면서 "이 대표가 악재를 맞은 상황에서 후보군도 원내대표 선거를 드러내놓고 뛰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B 의원실 관계자도 "친명도 비명도 당내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자기가 속한 진영의 깃발을 들고 나오기 쉽지 않다"며 "친명 깃대를 들었을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신임투표'로 읽힐 여지가 커 위험하고, 비명 깃대를 들었을 경우 '내부총질'의 총구도, 과녁도 될 수 있어 입지가 좁다"고 분석했다.

다만, 당내에선 체포동의안 표결이 보여주듯 새로운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이견을 포용할 창구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다. 당내 이견이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친명계 일색의 지도부로는 당내 혼란을 막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도내 한 초선의원은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후보의 경우, 비명계로 비치지만 온건 비명 그룹과 친명계가 손을 잡고 밀고 있다는 후문이 있다"며 "그가 내년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는 점, 친명계가 아니라는 점 등이 지금의 당내 상황을 수습할 계책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연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