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조선해양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역대 최고가인 척당 2억5천만 달러에 수주한데 이어 14일 대우조선해양은 그리스 최대 해운사에서 17만t급 LNG운반선 2척을 척당 2억5천625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고부가가치 선박에 강점을 지닌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10년 만에 수주 '잭팟(jackpot)'을 터뜨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97척, 239억5천만 달러를 수주해서 연간 수주목표의 137.3%를 달성했다. 20억 달러를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8년간 지속된 적자에서 탈피해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일감도 지난해보다 67% 증가했다. 친환경 선박과 초대형 유조선 등 선가(船價)가 급등하면서 조선업 수익성이 모처럼 좋아질 전망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2014년 20만명에서 지난해에는 9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정년을 앞둔 50대가 대부분으로 인력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2022년 말 기준 선박 도장인력 2천786명 중 20대는 전체의 4.7%, 30대는 15.4%에 불과하다. 현장인력 고령화가 K-조선 경쟁력을 위협하는 것이다. 자동차, 전자 등에 비해 업무 강도는 더 높으나 임금이 낮은 때문이다. 다단계 하청 구조 탓도 크다. 1990년 조선분야 생산직 하청근로자 비율은 21%였으나 30년이 지난 지금은 69%이다. 연간 근무 일수는 원청이 180일인데 비해 하청은 270일이나 임금은 원청의 60% 수준이다.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내려가면 원청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쳐 1년 안에 그만두는 사례가 허다하다. 또한 조선 경기 침체 때마다 하청 근로자들은 혹독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일손이 달려 조업을 줄이는 실정이라 조선소마다 환갑을 넘긴 노인과 여성들까지 작업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올해 조선업계의 추가 필요인력은 약 1만명으로 정부는 외국인 용접공의 2년 경력 조건을 삭제하고 기업별 외국 인력 허용비율도 30%로 높이며 숙련기능인력 연간쿼터도 5천명으로 대폭 늘렸으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앞으로 조선업 인력부족은 더 심화할 개연성이 크다. 하청근로자 처우개선 없이는 K-조선의 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