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일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사진이 있었다. 불이 난 여파로 검게 그을린 거실을 찍은 사진에는 다수의 쓰레기가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부패가 진행 중이던 여성의 시신, 숨진 어머니와 며칠을 함께 지낸 아들, 집에 방치된 쓰레기까지. 자연스럽지 못한 정황이 여기저기서 발견됐다.
숨진 모자가 살던 아파트를 찾았다. 이들을 기억하고 있는 이웃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해당 가정은 참전용사로 보훈대상자였던 남편과 아들·딸 등 자녀가 연이어 숨지며 고립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가족 없이 둘이서만 생활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이웃들은 "사정이 어려워 보였다"고 증언했다. 한 주민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아봤다. 그러나 모자는 주위의 도움을 거부했다고 한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이 가정에 반찬 배달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가정에 직접 방문하는 건 꺼렸다고 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실화인지 방화인지, 아직 불이 난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성은 어떤 이유로 숨졌는지, 모자가 쓰레기를 집 안에 방치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들은 왜 주변의 도움을 거부했는지. 발화 원인은 검증을 통해 추후 밝혀지겠지만, 이들이 죽기 전 마주했던 삶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그 누구도 끝내 밝히지 못할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죽음을 바라보며 죽음에도 '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맞는 삶의 마지막 모습이 자연스러운 사람은 얼마나 될까.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인데, 정말 그렇다.
/배재흥 사회부 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