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 규모의 연평어장은 인천지역 전체 꽃게 어획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1960~70년대엔 봄철 성어기에 전국에서 어선이 몰려들고 파시가 열리는 등 명성이 높았다. 산란기 꽃게를 보호하기 위해 4~6월과 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된다. 내달 1일부터 본격적인 꽃게 조업을 앞둔 지역 어민들의 표정이 어둡다. 벌써 중국어선들의 출몰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불법 어획으로 인한 피해가 걱정돼서다.

이달 들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은 평균 80여 척에 달한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경비단이 조사한 집계 결과다. 지난해 3월 1일 평균 68척과 비교해 17.6% 늘었다. 서해 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지난 1월 19척, 2월 59척으로 매달 급증추세다. 꽃게 조업시기가 다가오면서 중국 어선들의 출몰이 덩달아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꽃게 철에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어민들 피해가 컸다.

불법 중국어선은 NLL 북측 해역에 머물다 야간이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기습적으로 우리 어장을 침범해 조업하는 습성을 지녔다. 해경의 단속이 강화되고 해군까지 나서자 중국 어민들이 흉기를 들고 거세게 저항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수년 전부터 단속을 피하려고 시속 70~80㎞에 달하는 고속보트를 이용해 불법 조업한 뒤 달아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NLL 북쪽 해역에 모선을 두고 경계를 넘나드는 등 지능화하는 양상이다.

해경은 NLL 근방 해역에 함정을 집중 배치해 불법 어업을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이 자국 수역 내 무등록 어선의 단속을 강화하면서 연평어장에서 도둑 어업을 하는 어선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중국 당국과 효율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불법어획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다음 달 꽃게 조업이 시작되면 NLL을 침범해 도둑질하는 불법 중국어선이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 어선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필요하다면 해군을 동원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과 공조해 해법을 모색하는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불법조업을 해도 남는 게 없고, 외려 징벌적 위험만 커진다면 중국 어선이 연평어장을 넘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