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인천항 크루즈선 운항이 3년여 만에 재개됐다. 지난 19일 오전 하팍로이드(Hapag-Lloyd)사 크루즈선 유로파2호(EUROPA2·4만3천t급)가 승객 544명과 승무원 370여명을 태우고 인천 내항 1부두에 입항했다. 유로파2호는 지난 10일 홍콩을 출발해 일본 오키나와, 나가사키, 부산을 거쳐 인천항에 들어왔다.

유로파2호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12척의 크루즈선이 인천항을 찾는다.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20척의 크루즈가 인천에 올 수 있도록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크루즈 상품을 개발해 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크루즈 관광의 연평균 성장률은 세계 관광 평균 성장률(3.8%)보다 높은 8.5%였다. 인천시와 부산 등 항만을 끼고 있는 도시들은 지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크루즈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인접해 있는 인천의 경우 크루즈 관광객 대부분이 관내를 벗어나 서울 명동과 남대문에서 지갑을 연다.

3년여 만에 인천항에 입항한 유로파2호 탑승객 대부분도 서울로 향했다. 이날 크루즈를 타고 온 승객 중 여행사 버스 9대를 타고 국내 관광을 한 승객은 210명이다. 이 중 버스 1대만 인천지역(트라이볼, G타워 등)을 관광했으며 탑승 인원은 9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버스 8대에 나눠 탄 201명의 관광객은 서울로 향했다. 경복궁, 조계사, 난타공연, 인사동, 남산, 덕수궁, 남대문 등을 둘러봤다. 서울과 비교해 관광 콘텐츠와 인프라 등이 부족한 인천은 수년 전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 2019년 개장한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은 이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최근까지 개점 휴업상태였다.

세계 크루즈 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2019년 기준 1천545억달러, 관광객 수는 2천970만명 규모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크루즈 승객들이 승선 전에 1인당 376달러, 기항지에서 1인당 101달러를 지출하는 등 총 680억 달러를 소비했다. 크루즈선 유치 자체로는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 큰 보탬이 안된다. 관광객들이 배에서 내려 인천에서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