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손원평 작가의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저작권자와 협의 없이 제작된 사실이 알려지며 큰 이슈가 되자 한 공연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시 저작권 중개를 담당했던 출판사가 연극의 제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작가에게 뒤늦게 전달한게 문제였다. 손 작가는 출판사의 SNS를 통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저작권자의 동의는 가장 후순위로 미뤄졌다"며 "많은 사람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떠밀리듯 상연에 동의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출판사와 극단 연출이 사과했지만, 저작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업계에서 오히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사태 이후 '아몬드'의 출간 계약이 종료되면서 절판·품절사태를 불러왔다.
비슷한 시기 즈음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불리며 오랜 시간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뮤지컬 '빨래' 역시 라이선스 중단을 공지했다. 제작사 측은 안내문에서 "교육을 목적으로 공연 제작을 희망하는 단체에 한해 선한 목적으로 공연 라이선스를 무료로 제공했다"면서 "그러나 무단 저작물 수집·유포·거래, 불법 저작물을 활용한 공연 상연 등의 무수한 악용 사례로 라이선스 운영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저작권 문제에 대한 이슈가 한두 해 있었던 것이 아닌데, 여전히 그 인식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다시 자각하고 있을 때 만화 '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씨의 별세 소식이 들렸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과도 같다'는 한 연극의 대사가 떠오르며, 저작권자가 저작물을 두고 이토록 괴로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몹시 안타까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공정한 계약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이 보호돼야 수많은 창작물이 빛날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고질적인 문제지만, 지금껏 개선되지 못하고 있었던 어두운 이면을 이제는 정말 모두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때이다.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