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3일 검수완박법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법무부·검찰이 제기한 2건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패배 직후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을 사실상 단독으로 개정했다. 4월 15일 개정안을 발의해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전날인 5월 9일 공포할 정도로 전격적인 입법과정에서 위장 탈당을 비롯해 수많은 절차적 시비가 발생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입법 절차의 하자를, 법무부·검찰은 헌법상 검사의 수사·소추권 침해를 문제 삼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었다. 헌재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의 청구에 대해선 국회 법사위의 절차적 하자는 인정했지만, 국회의장의 법안 가결 선포 행위는 문제가 없다고 기각했다. 법무부·검찰 청구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은 헌법에 근거가 없다"며 각하했다. 이날 헌재 심판으로 소위 검수완박 관련법은 헌법적 정당성을 갖게 됐다.

법사위의 절차적 하자를 인용하면서도 전체 국회 통과 절차엔 문제가 없다는 헌재의 심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해도, 심판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현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검수완박법의 시정은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됐다.

실제로 검수완박은 절차적 문제 말고도 개정법안 자체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절대 다수당인 야당이 다분히 당파적 이익에 급급해 전격적으로 처리한 바람에 국민의 법 권익을 크게 훼손했다는 법조계의 반발이 일었다. 고발인의 이의 신청권을 제한해 여성과 아동 대상 범죄 수사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국민이 아니라 대선에서 낙선한 이재명을 위한 위인설법이라는 정치적 비판도 무성했다.

결국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개정안의 허점을 이용해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이태원 참사처럼 경찰의 책임을 경찰이 살펴야 하는 모순을 비롯해, 범죄에 대응하는 국가 사정기능에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헌재의 심판과 별도로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해야 할 검·경 수사권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일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경찰은 폭주하는 사건 처리를 미루고, 검찰은 오랜 세월 축적한 수사역량을 놀리면서 국민의 사법 피해가 심화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국민 편에만 서서 검찰과 경찰의 역할을 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