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이 엄마일 뿐인데, 왜 길거리에서 단식할 생각까지 하겠어요."

28일 수원에서 만난 최한별(45)씨는 다음 주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관련 법에 따라 받았어야 할 양육비 9천만여원을 12년이 지나도록 못 받는 상황에, 두 자녀를 홀로 키우려 낮엔 식당일 그리고 밤엔 대리운전까지 해가며 고군분투한 끝에 결심한 것이다.

이 같은 과로로 최씨는 이미 몸 4곳에 용종이 달렸고 채무는 6천만~7천만원에 달해 기초생활수급 수당으로 그나마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알바를 잘리고 몸에 무리가 오는 한이 있어도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인 전 남편을 직접 찾아갔던 경험이 굳은 결심의 계기였다. 그간 미지급자 A씨는 법원의 이행 명령에도 불구하고 주소지를 바꿔가며 회피한 것도 모자라 최씨의 연락을 차단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 등 직접 수소문까지 나선 최씨는 끝내 A씨 거주지를 알아냈고, 고교 3학년의 딸과 함께 지난주 A씨가 있는 부산까지 찾아가서야 그를 조우할 수 있었다.

최씨와 마주해 당황한 기색을 보인 A씨는 양육비 일부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후엔 또다시 잠적했다고 한다. 최씨는 "법으로는 10년 넘도록 한 푼도 못 받던 걸, 직접 나서니 고작 하루 이틀 만에 일부라도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국회·법원 앞서 1인 시위 예정
양육비 이행 개정안 통과 촉구


양육비 미수급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건 최씨 뿐만이 아니었다. 동두천의 한부모 여성 김모(48)씨도 30일 의정부지법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다.

법원의 감치명령에도 해외도피까지 일삼으며 17년간 6천만원 상당 양육비 지급 의무를 회피 중인 미지급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김씨도 "법원의 이행 명령과 경찰의 소환 통보에도 (상대는)계속 피해 다니면서 진척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지속하는 양육비 미지급 피해에 참다못한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가입자 수가 1만명이 넘는 피해자 커뮤니티엔 며칠 간격으로 규탄 행동을 계획하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는 건 물론 내달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도 기획하고 있었다. 형사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는 일주일 만에 400건 가까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지난 2년간 국회에 잠들어 있던 관련 법률안의 통과다. 2021년 발의된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은 미지급자에게 양육비 청구 관련 우편물이 발송되면, 대상자가 직접 수령하지 않더라도 송달된 것으로 보는 게 골자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장전입 등 꼼수로 명령을 회피하더라도 재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피해 확산을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당장 계류 중인 법안이라도 통과되도록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