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수요를 초과해 과잉생산됐거나, 가격이 폭락할 경우 정부가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현재도 쌀값이 폭락할 경우 자체 기준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고 있지만, 법정 의무는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정부가 제때 수급 안정에 나서지 않아 쌀값이 폭락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는다. 정부·여당의 반대가 여전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구조적으로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이 탄력적이지 않아 적정한 가격이 형성되기 어렵다. 작황에 따라 공급은 널뛰는데, 수요는 고정적이기에 가격 폭락과 폭등의 위험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게 이치에 맞느냐는 얘기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농가가 떠안게 되는 위험을 제어하겠다는 취지다. 그렇지만 좋은 의도의 결과가 항상 좋을 수 없는 것처럼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먼저 건전한 식량 자급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과잉공급 문제가 반복되는 쌀을 대신해 콩이나 밀과 같이 자급률이 낮은 작물을 재배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받는 쌀 생산으로 농업 환경이 재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매년 쌀 의무매입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1조원 넘는 비용도 부담이다. 쌀 중심의 농업 생산구조가 공고해질 경우 수입 농작물이 크게 늘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경기·인천지역 농가들의 경우 차별화된 쌀 품질 개선 노력이 차별받을 수 있다. 수도권 농가들은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거나 품종 개량, 자체 상표 개발 등 쌀시장 안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줬는데, 쌀 의무 매입 시 이 같은 노력을 보상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쌀 시장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걱정이 커진다. 무엇보다 양곡관리법 도입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정쟁이 정작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농업 정책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양곡법 개정안이 대통령 앞에 놓였다. 농심을 온전히 경청해 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