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파업영향 시멘트공장
인천의 한 시멘트업체 출고장. /경인일보DB

건설 성수기인 봄철에 시멘트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경기도내 건설현장에 시멘트 공급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사마다 재고량이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시멘트 수요는 계속 증가해 자칫 건설현장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수도권 건설현장을 중심으로 시멘트 공급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30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누적 시멘트 출하량은 전년보다 15% 이상 늘어난 700만t에 달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 여파로 이월된 물량에, 건설 성수기에 수요가 높아진 점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물연대 파업' 이월 물량·수요높은 시기 맞물려
친환경설비 개조 작업으로 공급 감소
늘어난 수요 대응 못해 현장 운영 차질
"이 상태라면 상반기 건설현장 셧다운"

그러나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탄소 중립을 위해 시멘트사들이 제조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개조하는 작업과 킬른(소성로) 보수 작업 등이 진행되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원료를 유연탄으로 가열할 때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각 시멘트사에 기존 제조 설비를 친환경 설비로 교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시멘트사마다 번갈아가면서 제조 설비 교체 작업을 진행하는데 통상 5~6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 기간엔 시멘트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시멘트사들은 매년 킬른 보수 작업을 진행하는데 작업 기간이 1~2개월 정도 소요되는 만큼 시멘트 재고량을 미리 쌓아둔다. 하지만 지난해 말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시멘트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3월 기준 시멘트 재고량은 60만t으로 평상시(120만t)의 절반 수준이다. 또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부적정한 콘크리트 배합 비율이 지목되자 업계에선 시멘트 배합량을 늘리고 있다. 이를 위해 전체 시멘트량의 5%가 추가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시멘트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도내 건설 현장과 콘크리트업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급 대란 우려마저 불거지고 있다.

경기도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평소 조합에서 구매하는 시멘트량은 연간 32만t정도 된다. 하지만 올해는 30만t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콘크리트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도내 건설현장 관계자도 "봄철 성수기에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시멘트량을 대폭 늘리는데 공급이 부족하다. 이대로 가면 상반기 건설현장이 셧다운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실제로 공사현장 셧다운이 대대적으로 발생하기 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시멘트 공급 부족으로 건설현장 10곳 중 6곳이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협회가 상위 100위권 이내 중·대형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월 이후 시멘트·레미콘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현장은 154곳 중 63.6%인 98곳이다. 협회는 "수도권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시멘트 공급 부족에 따른 레미콘 공급 차질이 심화하고 있다. 시멘트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국가적 문제로 악화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도 "정부가 나서 킬른 보수 일정을 조정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 현재 마땅한 대안이 없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말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 후 공사 이월 물량이 있고, 따뜻한 기온 탓에 동절기 착공을 확대하는 현장이 늘어나 시멘트 수요가 증가했다"며 공급량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