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해 가을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나섰다. 정치적인 판단, 교육의 흐름, 여론 등 종합적인 이유로 추진된 정책이었다. 그만큼 사학과에 갓 입학한 학생이 모든 걸 이해하기엔 복잡한 사안이기도 했다.
그래도 주관은 있었다. 적어도 '역사'만큼은 여러 시각에서 보고, 많은 입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했다. 그런데 본인 학과의 한국사 교수가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내가 1인 시위를 하게 된 계기였다.
국정화 정책은 학과생 모두의 관심거리였다. 수업에서든 사석에서든 여러 의견이 오갔다. 학생회는 '사학도로서 어떤 입장을 내야 할 것인가'를 화두로 학생총회까지 열었다.
건강한 논의였다. 이런 학생들의 목소리는 전국 캠퍼스에서 울려 퍼졌다. 지역, 학과, 정치적 신념을 초월한 토론이었다.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에겐 무시할 수 없는 큰 여론이었을 것이다.
정부가 이번엔 일제강점기 일본에 의해 국외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방안을 일본 측이 참여하지 않는 '제3자 변제' 방식으로 결정했다. 상황이 그때와 비슷하다. 정치적 판단, 경제 활성화, 여론 등 종합적인 이유로 정책이 추진됐다. 이번엔 대학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올까.
봄의 캠퍼스는 설렘으로 가득하다. 특히 올해는 그 설렘이 곱절은 될 것이다. 떨어지는 벚꽃 잎 아래서 사진을 찍고, 술을 왕창 사 들고 엠티를 떠나고, 학과의 명예를 위해 체육대회에 참여하고, 다가오는 중간고사를 위해 밤새워 공부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만 봄의 캠퍼스에 설렘만 가득하고, 건강한 논의가 없어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