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추세로 진입 장벽이 높아진 제과제빵 업계에 '추억의 빵'으로 혁신기업 반열에 오른 중소기업이 있다. 시장흐름과 소비자 취향을 좇은 마케팅이 대기업 간 경쟁 틈바구니에서도 버텨낼 수 있었던 생존전략이 됐다.
빵류를 제조, 판매하는 (주)디엔비(대표·신영이)는 학교 매점과 군부대 PX(군마트)에서 '가성비 빵'으로 연이어 대박을 터뜨린 기업이다. 현재 10대 또는 20대 나이라면 학교나 군부대에서 한두 번은 먹어봤을 인기 아이템이 수두룩하다. 이들 제품은 졸업이나 제대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사 먹게 된다는 '추억의 빵'으로 꾸준히 사랑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
신영이 대표는 업계에선 드문 간호사 출신 CEO다. 우연한 기회에 서울 대치동에서 동네 빵집을 운영하다 고양시로 자리를 옮기며 기회를 잡게 된다. 1995년 무렵 당시 청소년 입맛을 잡기 위해 만든 '피자빵'과 수제 도넛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1998년 '디엔비베이커리'란 회사를 차리게 된다.
피자빵과 도넛은 입소문을 타고 퍼져 대형 급식업체와 할인점에서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생산량 확대를 위해 2001년 개인회사에서 지금의 주식회사 디엔비를 설립하고 양산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이후 제빵 대기업의 위탁제조(OEM)까지 맡으며 밀려드는 주문을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학교 매점·군부대 PX등 '대박'
제품 차별화 신규 판로 공략도
코로나 극복 '매출 원상 회복'
그리고 디엔비 설립 10년 만에 공장을 확장 이전하면서 '제2 전성기'를 맞게 된다.
신 대표는 대형 할인점과 급식의 주 소비자층이 다른 만큼 제품 라인을 달리하는 전략으로 제품을 개발해 공급했다. 대형 할인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빵류와 건강 빵류, 급식은 청소년 입맛에 맞는 조리 빵, 도넛, 냉동제품 등으로 차별화했다.
공장을 옮기고서 신 대표는 군납과 편의점 등 신규 판로를 공략해 나갔다. 2013년부터 국내 유명 편의점에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했고 이듬해부터는 군부대 PX에 이 회사 빵이 진열됐다. 이때부터 매출이 수직 상승하며 중견기업 대열에 고속 진입한다.
코로나19가 닥친 2020년 매출이 40%까지 추락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지만 신 대표는 "변화를 추구해야 발전이 온다"는 경영철학으로 오히려 신제품 개발을 밀어붙여 1년 만에 매출을 원상회복하게 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이 회사의 개발기술 사업화를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했다.
유권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기북부지부장은 "올해 국내 양산빵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17%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디엔비도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며 "복합위기에 빠진 경기 북부 전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디엔비와 같은 기업의 성장탄력 회복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