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경인일보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의종의 정치인사이드가 '정치 속풀이'로 새롭게 단장해 독자를 찾아옵니다.
경인일보 대표 정치부 기자 정의종의 정치 속풀이는 '관계자는 ~라고 말했다'는 뉴스의 단면에 그치지 않고 그 속의 진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말이 쏟아지는 정치 전쟁 속 내포된 정치적 의미를 해석하는 진짜 '정치 기사'입니다.
30년 대통령실·국회 최장수 취재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정의종 기자가 지금 이 시간, 대통령실과 국회, 경기도·인천 정가에서 벌어지는 따끈따끈한 정치 이슈를 시원하게 '속풀이'하며 독자의 답답했던 속 마음도 풀어드립니다.
'윤 대통령이 왜 서문시장 행사는 참석하면서, 4·3 제주 추념식에는 참석하지 않는가?'
돌직구 장면을 연상한 사회자가 '야구는 잘하는 모양'이라며 좀 시니컬 한 멘트에서 보이듯, 진영이 다른 사람끼리 해석이 제각각 이었습니다.
작년 4·3 추념식에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한 윤 대통령인데, 오늘은 왜 참석하지 않았을까? 기자 역시 갸우뚱해지면서 나름대로 생각하기로 '오늘 2030 부산 엑스포 실사단 방문 첫날이라 다른 일정 때문인가'라며 출근길을 재촉했지요. 물론 그 사이 4·3에 대한 보수 진영의 엇갈린 평가로 평지풍파를 만들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실은 아침부터 '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이도운 대변인 서면 브리핑이 공지됐습니다. 그대로 소개하면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든 정부 기관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의 방한 일정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합니다. 4·3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여는 중차대한 일을 챙겨야 하는 일도 대통령의 일이지요.
그래서 4·3 기념식에 대한 해설은 뒤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대통령의 지지율과 공감 정치에 대해 몇 가지 느낌을 나누고자 합니다.
사실 지난 주말 수도권 지역의 이슈는 떨어지는 여권 지지율과 윤 대통령의 1박 2일간의 지방 민생 현장 방문이었습니다. 추락하는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아마도 지방을 살피는 투어를 기획했을 겁니다. 앞으로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부산·충청·수도권을 돌아보는 행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무적 판단이 떨어지는 일정은 좀 고려해야 할 것 같아 한 마디 첨언하는 바입니다.
30%대로 추락한 지지율을 다시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번 투어에서 유독 강조된 대통령의 돌직구 시구 모습과 대구 서문시장에 대한 애착에 대해 굳이 이 타이밍에 그런 일정을 소화해야 했느냐는 볼멘소리가 이유 있게 들리는 이유이지요. 나름 일정에는 지역마다 특별한 이슈와 현안이 느껴졌으나, 몇 대통령의 심기를 맞추려는 일정이 결국 '창문' 거꾸로 단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아 씁쓸함을 느껴 봅니다.
지방 일정을 소개하면 지난달 31일 경남 통영시에서 개최된 수산인의 날 행사에 이어, 순천만정원박람회 행사로 이어졌습니다. 영남에서 호남으로 이어진 행사에서 통영에선 수산업의 스마트화를 통한 미래 성장 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고, 순천에선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에서 호남의 발전을 약속했습니다. 다음 날 대구로 넘어가 삼성 라이온즈와 NC다이노스의 개막전에서 시구했고,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행사에서 미래의 대구 상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유독 윤 대통령의 돌직구 시구 사진 한 장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윤 대통령의 인생 스토리가 화제가 돼 주객이 전도된 일정만 남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외가 근처에 있던 한양대 야구부 숙소에 오가며 선수들과 알고 지냈느니, 강한 돌직구가 정치 스타일과 비슷하다느니, 국정과 상관없는 대통령의 일화가 주말 안방의 화제로 도배되었지요.
윤 대통령도 즐기는 듯했습니다. 자신은 글러브를 깔고 앉아 놀았다는 추억담 떠올렸지만, 어려웠던 70·80년대 야구는 돈 없이 하기 어려운 운동이었습니다. 야구 방망이가 없어 나무 깎아서 쓰고, 글러브가 없어 비료부대로 쓰고, 야구공이 없어 정구공으로 흉내를 내었던 시절입니다.
정치가 삭막해질 때 국민적 공감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제 시대도 국민과 공감을 먹고 사는 정치 드라마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대통령실 주변에는 대통령의 '심기일정'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주 있었던 스카우트 행사도 그랬습니다. 1960년대생인 윤 대통령이 초등학교 시절, 보이 스카우트 활동을 했다는 추억이 많이 강조됐는데, 그 시절 스카우트를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초등학교 4년 동안 스카우트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노래도 배우고, 야영도 하고, 잼버리도 하면서 자유 민주주의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해 얼마나 공감했을까요.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의 유년시절에 대해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만, 지금 처한 막중한 글로벌 경제사정과 양곡관리법, 간호사법, 방송법 등의 난제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세상인심과 다른 대통령의 일정을 잡는 것은 '심기일정'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정이 부각될지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의도된 기획이었더라도 정무감각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지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오늘 한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4·3 불참에 대해 심기 경호에 치열한 대통령실을 성토하더군요.
이 대목에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의장의 인터뷰 한 대목이 시사한 바가 있어 보입니다.
김 의장은 '국민의힘이 웰빙당 체질을 못 벗은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대중 속에 살아 숨 쉬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영국의 보수당이 위기 때마다 사회개혁으로 살아남았듯이 국민의힘도 MZ세대와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통해 집권당으로서 사회개혁을 주도했다"고 전제하면서 "온실 속 정치는 감흥도 감동도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통령 일정은 철저하게 국민과 소통하는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미래가 있어야 감흥이 있는 법이지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의 인적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윤석열 정부 2주년에는 국민, 공감, 소통을 연결하는 브릿지 국정운영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