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지를 놓고 여야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제출한 원안을 재의결 한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어 낮 12시께 개정안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자,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로는 약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며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자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당초 원안 재의결 입장
농민들 정부 규탄… 강화 주장


윤 대통령은 "농정 목표는 농업을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업과 농촌을 재구조화해 농업인이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드는 것"이라며 "농업과 농촌을 농산물 가공산업, 관광,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2차, 3차 가치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곡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전문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법안 처리 이후 40개 농업인 단체가 양곡법 개정안의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면서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서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양곡관리법 개정의 공이 다시 국회로 넘어가자, 경기도 농민단체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한편 기존 개정안보다 강하게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양곡관리법이 개정되면 마치 예산이 버려지는 것처럼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쌀값을 정상화해 농민과 국민의 생존권 지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야 의원들도 정쟁을 멈추고 반드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농업 포기, 농민 배신 행위를 주저 없이 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며,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의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원안보다 후퇴했음을 지적해온 전국농민회총연맹도 농민들의 생산비가 보장되는 정도로 양곡관리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그래픽 참조·관련기사 4면(윤석열 대통령, 양곡법 거부권… 여야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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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종·강기정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