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는 정부 연구기관이 주최한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인천 일제 육군조병창(일본군 군수공장)을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겨야 할 근대문화유산이라는 데 공통된 의견을 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7일 오후 인천 남동구 YWCA 강당에서 '일제 육군조병창 유적의 역사적 가치와 활용 방안'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아역사재단법'에 따라 일본,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해 한국사 조사, 연구, 정책 개발을 하는 정부 기구다. 이번 토론회는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에 남아있는 육군조병창 병원 건물을 포함해 지역사회에 남은 일제 강제동원 시설을 남기고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축계 원로 조성룡 조성룡도시건축 대표(성균관대 전 석좌초빙교수)가 기조 연사로 나서서 조병창 시설과 지하호, 미쓰비시 줄사택 등을 연계해 시민이 일제강점기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현장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조성룡 건축가는 "전쟁 역사가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남은 시설을) 잘 보전해서 활용할지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며 "부평을 점유했던 이들과 주변에 살았던 주민을 포함해 부평의 과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 연구위원은 국내에 남은 아시아태평양전쟁유적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보존해야 할 유적이 무엇인가'를 두고 충분한 역사성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존한 유적이 시민의 일상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혜경 대표는 "특정 집단의 부정적인 기억이 담긴 갈등유산을 남기는 것은 다시는 이런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로 피해자성을 공유하는 방법"이라며 "진상을 규명해 피해자의 상처에 공감하고 아픈 역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다"고 했다.
안창모 경기대 창의공과대학 교수는 "조병창 시설은 조선인 징용, 노동력 착취라는 역사, 사회적 가치가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보존해야 하지만, 이 같은 가치 판단에 대한 논의보다 조병창 병원 건물 철거, 보존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역사유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할 교훈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주제 발표와 종합 토론 순으로 이뤄졌다. 서종진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장, 김재용 민족문제연구소 인천지부장, 신동욱 부평문화연구원장, 조건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