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0일 미국 정보기관이 용산 대통령실 내부 논의 등을 도청한 정황에 대한 정부 대응을 놓고 온도 차를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있는 만큼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신중론에 무게를 뒀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초유의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며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 항의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힘 "제3국 개입 가능 배제못해
내용 살핀후 대응 국익에 부합"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도·감청이 있었는지 자체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우선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 사안이 불거지게 되면 누가 이익이 되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그런 만큼 제3국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이 문제는 내용을 잘 살펴본 다음에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미국을 향한 사과 요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 사과도 요구해야 한다"며 "이는 오히려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 "황당무계… 심각한 문제
한점 숨김없이 명명백백 밝혀야"
민주당은 즉각 미국에 강력 항의하고, 진상규명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고 하는 것도 황당무계한 일이지만 동맹국가의 대통령실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앞으로 객관적인 내용을 확인해 가면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 커녕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를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과 정부는 즉각 미국 정부에 해당 보도 진위와 기밀문건에 대한 명백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 국민께 한 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