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_8
경기 침체 우려로 금값의 고공행진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화성시 동탄역 인근의 한 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2023.4.10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최근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귀금속 업계의 한숨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금은방에 금을 되파는 '역골드러시'가 성행해 매입량은 늘고 있지만, 혼수 예물 등 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줄어들어서다.

10일 한국금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순금 한 돈(3.75g) 판매 가격은 36만1천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4월 9일(32만8천원)보다 11%가량 상승했다. 이는 한국금거래소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지난 2014년 3월 24일(4만6천940원)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치솟은 수치다.

금 시세가 오르자, 금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추세다. 고물가 여파로 혼수·돌잔치 예물을 하는 모습이 더욱 사그라들어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게 귀금속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른 귀금속 업계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10여년 동안 안산시 중앙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해온 안모(73)씨는 "예전엔 혼수 예물을 3~4가지로 맞춰 세트로 했는데 요새 경기가 어렵다 보니 100만원 내외 커플링만 맞추는 분위기"라며 "지난해부터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주일 중 하루도 개시를 못 하는 날도 많아, 인근 몇 개 가게는 문을 닫을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돈' 36만1000원 작년보다 11% ↑ … 한 달 동안 '되팔기' 20배 늘어
업계, 매입보다 적은 판매량에 시들… "매출 3분의1 수준… 폐업 위기"


오히려 금값이 치솟자 '역골드러시'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전세계적으로 금융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안전 자산인 금값이 상승했다. 이에 갖고 있던 금을 되팔아 차익을 취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오후 2시께 수원시 화서동의 한 금은방 앞에서 만난 A(40대 중반·수원시)씨도 순금 한 돈짜리 반지 2개를 팔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반지 1개당 매입가는 29만원 수준이었다. A씨는 "최근 금값이 올랐다기에 갖고 있던 반지 금 시세를 알아보려고 방문했다"며 "아직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다음에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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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로 금값의 고공행진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후 화성시 동탄역 인근의 한 금거래소에서 관계자가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2023.4.10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A씨처럼 금을 되팔려는 사람이 증가한 가운데, 한국금거래소가 전국 100여개 가맹점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7일까지 매입한 금 총량은 448㎏에 달한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예전에 비해 지난 한 달 동안 매입한 금 총량이 20배나 많다"며 "금값이 급등해 차익을 노리는 분들이 많이 생긴 탓"이라고 설명했다.

귀금속 업계로선 판매량은 적은데 매입량만 늘어나는 셈이라 이런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해, 이 같은 분위기는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미국 대내외 리스크가 금값 급등에 반영됐다. 달러 약세 등 아직 금값 상승 요인이 남아 있어 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