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53만여명이 살던 화성시는 동탄신도시 개발 이후 매년 수만명씩 인구가 불어났다. 지난해엔 인구 수가 94만9천187명에 달해 경기도 내 네 번째 대도시가 됐다. 하지만 100만명 인구에 가까운 화성시민들이 송사를 보기 위해선 아직 수원이나 오산 등 인근 지역을 넘나들어야 한다.
화성시의 경우 수원, 용인 등과 함께 수원지법 본원 관할 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뿐 해당 지역 내 소규모 사건을 처리해 줄 시군 법원마저 없어 오산시법원 신세를 져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도내 일부 지자체 인구가 매년 10만명 가까이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른 가운데 이 같은 법률서비스 수요에 대응해 줄 지역 지원이나 시군 법원 신설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생 대도시들의 지역 법률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다.
화성·시흥·하남 등 지방법원 없어
재판 치르려면 반나절 허비해야
특정 법원 몰리며 절차 '지지부진'
11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에 등록된 변호사 가운데 관할구역이 화성시로 분류된 변호사는 12명뿐이다. 수원지법 본원이 위치한 수원(480명)에 비해서는 월등히 적을뿐더러, 인구 규모가 비슷한 성남(130명), 용인(34명)과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숫자다. 마찬가지로 인구가 늘어나는 반면 지역 법률기관이 없는 시흥과 하남도 각각 9명, 7명으로 나타났다.
화성에서 활동하는 이진경 변호사는 "이동하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의뢰인과 법률대리인 모두 재판 한번 치르는데 통상 반나절을 비워 두어야 한다"면서 "(경기 남부권) 사건들이 특정 법원에 몰리다 보니 포화상태가 되면서 재판 절차도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화성과 용인 등의 사건 수요를 감당하는 수원지법은 전국에서 손꼽을 만큼 바쁜 법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법원 사법연감을 보면 수원지법의 민·형사 1심 사건 수는 133만8천383건으로 전국에서 서울중앙지법 다음으로 많았고, 항소심 사건 수는 1만6천695건으로 가장 많았다.
향후에도 인구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법률 인프라도 함께 보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정부지법과 고양지원만 위치해 있던 경기 북부권에서도 다산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지역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지난해 3월 남양주지원이 개원하면서 지역 법률 편의가 상대적으로 개선된 상황이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인구 50만 이상 지자체에 시군 법원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지역에 시군법원이 설치되면 규모가 작은 사건을 관내에서 처리할 수 있고,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지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권칠승 의원은 "사법 접근성을 높여 지역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