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역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동월 대비 13.6% 감소한 551억2천만 달러로 6개월 연속 줄었는데 이달 들어서도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수출액 6개월 연속감소는 코로나 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수출 감소 등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 초순까지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3개월 이상 무역적자가 이어진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인데 올해는 적자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수도 있어 보인다. 올해 1월 1일 이후 100일 만에 무역수지적자가 258억6천1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4.1%인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우리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8월부터 이달 초순까지 9개월 연속 줄고 있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과 아세안 등에 대한 수출 감소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던 베트남 수출도 크게 줄었다.

무역수지가 작년 3월부터 줄곧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상수지는 올 1월(-42억 달러)과 2월(-5억 달러) 연속 적자를 기록했는데 2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는 11년 만에 처음이다. 세수결손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도 불가피하다. 올해 2월까지 국세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5조7천억원이나 줄었다. 3월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금액이 걷히더라도 올해 세입예산보다 20조원 가량 부족할 수도 있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대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이다. 3월 대중 무역적자는 27억7천만달러로 6개월째 적자행진 중인데 반도체 수출격감이 결정적이다. 지난 10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은 과거처럼 우리 경제에 신속한 반등기회를 주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봉쇄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무기로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한국경제에서 중국무역을 배제한 '제로 차이나'는 상상하기 어렵다. 정부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