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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 경제부 기자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청첩장을 받는 일이 늘었다.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을 진행하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본격 웨딩 시즌이 도래한 요즘엔 종이 청첩장은 물론 모바일 청첩장을 심심치 않게 받고 있다. 청첩장을 받고 난 이후엔 가끔 고민에 빠진다. '축의를 얼마나 해야 할까…'.

사실 축의금은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다. 관련된 일화도 있다. 사회초년생과 다를 바 없던 2017년 일이다. 입사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던 때인데 소속부서 선배가 옆자리에서 넌지시 청첩장을 건넸다. 얼떨떨하게 청첩장을 받은 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친구가 말했다. "계속 볼 선배니까 5만원이면 되지 않을까."

이후 김불꽃 작가의 책 '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 받아서 쓴 생활예절'을 읽게 됐다. 2018년에 출간된 책으로 작가는 축의금 기준을 이같이 정리했다. 기본 5만원, 친하면 5만원 이상, 진짜 친하면 10만원 이상. 기본 식대가 4만원인 만큼 기쁜 마음으로 내자는 취지다.

그러나 책이 출판된 지 5년여가 지난 지금, 과거의 기준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혼식 식대가 크게 올라서다. 성남의 한 결혼식장은 올해 초 정식 식대 가격을 기존 5만5천원에서 5만9천400원으로 5천원 가까이 올렸다. 수원의 한 결혼식장 식대도 최근 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물가에 예식장 식대도 줄줄이 인상된 것이다.

최근 결혼 소식을 전한 지인도 이 문제로 시름이 깊었다. 5월 예식을 앞둔 A(32)씨는 "상담 다녀본 곳 중에 식대 7만5천원 이하는 없었다. 나이트 웨딩을 택해서 6만원 후반으로 저렴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식에 와서 5만원을 내고 밥 먹으면 솔직히 서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물가에 결혼식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들의 부담도 늘었다. 돈의 가치도 하락해 결혼식에 참석할 거라면 축의 10만원이 기본이 됐다. 축하를 담아야 할 축의금 봉투에 가끔 한숨이 담긴다. 고물가가 낳은 씁쓸한 단면이다.

/윤혜경 경제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