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9월10일,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송도신도시(현 송도국제도시) 조성사업을 위한 기공식이 열렸다. 2018년 작고한 최기선 전 인천시장은 송도신도시 기공식에 대통령을 참석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을 설득해야 했다. 최 전 시장의 자서전 '최기선 인천시대를 열다'에는 송도신도시 건설사업에 대한 그의 간절함과 의지가 술회 돼 있다.
최 전 시장은 송도·청라·영종을 아우르는 인천경제자유구역 탄생의 주역이자 설계자였다. 간척지 위에 세워질 인천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확신은 사업을 추진하는데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최 전 시장은 회고했다.
밀물과 썰물이 오가던 송도 갯벌은 현재 그의 바람대로 인천의 성장동력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는 수많은 첨단 기업들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20년을 맞는 인천경제자유구역(2003년 8월11일 국내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은 그간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인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94년 물막이 공사를 시작해 조성한 당시 송도신도시 면적은 17.6㎢, 이 알토란 같은 땅을 밑천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탄생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총면적은 122.42㎢ 규모로, 송도(53.36㎢), 영종(51.26㎢), 청라(17.80㎢) 등 3개 지구로 확대됐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여기에 더해 강화 남단, 수도권매립지, 인천항 내항 등으로 경제자유구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누적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144억2천400만달러로 국내 경제자유구역 FDI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994년 갯벌 첫삽 첨단 전진기지 자리매김
누적 FDI 144억 달러 국내 70% 이상 차지
용지 부족 등 문제 직면 지속가능 운영 위기
지난 20년간 외국인투자사업체 206개와 국내 사업체 3천275개 등 모두 3천481개 기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둥지를 틀었다.
특히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치로 시작된 송도국제도시의 바이오 신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 SK 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송도 입주 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이들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글로벌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속속 송도로 모여들고 있다.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는 항공기 정비 산업과 카지노 리조트 단지로, 청라국제도시는 수소·로봇·첨단 모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 하고 있다.
20년을 맞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이런 성공과 동시에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서 투자 용지 부족에 따른 투자 유치 실적 감소 등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토지 매각 수익으로 운영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현재 재정구조를 유지할 경우 2030년 이후 존속할 수 없다는 자제 용역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2030년 이후에는 매각할 수 있는 토지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경제자유구역 내 공원이나 도로 등 시설물 유지 등에 따른 지출 비용은 늘어나 인천경제청의 지속 가능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003년 국내 1호로 지정된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그동안 인천 발전의 동력으로 역할을 해왔다. 최 전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경제자유구역 버전 2.0을 준비할 때다. 최 전 시장의 혜안과 뚝심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