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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수원박물관 내 한 북카페에서 박모(74)씨 등 3명이 주문된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 2023.4.14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14일 오후 3시께 수원박물관 내 한 북카페에선 박모(74)씨 등 3명이 주문된 음료를 제조하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몰려든 손님 탓에 한 번에 10잔가량을 준비해야 했지만, 3명은 손발을 척척 맞추며 정해진 시간에 일을 끝냈다. 이들은 모두 60대 이상으로 수원시니어클럽을 통해 이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시작했다. 올해 수원시니어클럽을 통해 카페에 취업한 인원은 모두 10명이다. 박씨는 "수십년 교육계 쪽에서 일을 하다가 은퇴 이후 바리스타 전문자격증을 땄다"며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백세인생이다 보니 생계유지와 자기 계발을 위해 요새 취업하는 노년층들이 많다"고 말했다.

취업자 수 60대 이상↑ 15~29세 ↓
저출산 고령화 구조가 만든 이색 구조

청년들 취업기간 늘어난 영향도 한몫
"중소기업 성장해야 양질 일자리 생겨"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6만9천명 늘어나면서 모처럼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었지만, 이는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대폭 증가해 나타난 결과다. 반면 20대 이하(15~29세) 취업자 수는 감소했는데 이런 현상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822만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만9천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5월 이후부터 감소세로 이어지다가 지난달 1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고용 둔화가 한풀 꺾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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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수원박물관 내 한 북카페에서 박모(74)씨 등 3명이 근무하는 모습 2023.4.14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나중에 고생하느니 젊을 때 힘든 게 낫죠. -박모(28)씨
하지만 연령별로 따지면 취업자 수 증가는 60대 이상에서 두드러졌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54만7천명 증가하는 동안 20대 이하는 8만9천명, 40대는 6만3천명 감소했다. 30대와 50대는 각각 2만4천명, 5만명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처럼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늘어난 반면 20대 이하 취업자 수가 줄어든 현상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강화되는 인구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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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 속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청년 세대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년의 취업 준비 생활 끝에 이달 초 서울시의 한 공공기관에 입사한 박모(28·평택)씨는 "사기업은 언제 퇴사할 지 모르고 공무원은 박봉이다 보니 공공기관에 취업하고 싶었다"며 "(2년간 취업 준비하면서) 어려운 시기가 많았지만 나중에 고생하느니 좀더 젊을 때 고생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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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수원박물관 내 한 북카페에서 박모(74)씨 등 3명이 근무하는 모습 2023.4.14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될수록 경제 성장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양적으론 늘었을지 몰라도 질적으론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제 성장에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청년 세대 일자리를 늘리려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