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택-경제산업부기자.jpg
서승택 경제부 기자
최근 100일 난 아기를 안고 외출을 할 때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가 있다. "아기 너무 오랜만에 본다. 요즘 아기 보기가 어려워요." 몇 년 새 출산율은 급감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다. 인구 규모 유지를 위해서는 최소 합계출산율은 2.1명을 넘어야 하는데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아이 구경하기 어려운 시대인데 수원 망포동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많아서 고민이다. 아파트 인근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학군도 우수해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 키우기 좋은 곳으로 소문나 인기가 높아서다.

아이들이 몰리니 문제는 어린이집을 보낼 때부터 시작된다.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놔도 순번이 100번대에 달한다. 2세 반 총원이 12명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1년도 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이곳은 출산율 감소를 걱정하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외딴 섬 같다.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대기 전쟁을 거쳐야 한다. 아이들은 많은데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여기를 떠나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복직을 앞두고 아이를 맡기고 싶어도 맡길 수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수원 망포동은 2천~3천세대당 어린이집 수가 불과 1곳뿐이다. 아이들은 많은데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니 집 앞에 위치한 어린이집을 놔두고 20분 거리의 어린이집을 보내야만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어린이집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수원시가 올해 수원 망포동 일대에 4곳의 어린이집 운영 모집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2명뿐이었다. 인건비, 물가상승 등의 이유로 운영이 녹록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있는 아이들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할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승택 경제부 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