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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피해자들이 공식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국가와 경기도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지만, 정부는 입을 굳게 닫은 채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사진은 작년 9월 안산시 선감동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지 선감묘역에서 관계자들이 희생자의 유해 시굴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정부는 외면해버린 '선감학원' 피해지원에 유일하게 나선 경기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직접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 피해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선감학원 사건의 근본적 책임이 확인된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다.

이런 상황에 경기도의 선감학원 피해지원금 신청자는 최근 151명까지 늘었다. 경기도는 이들 모두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한다는 입장인데, 더불어 정부를 향해 책임 있는 자세를 재차 촉구했다.

도내 이주 지원금 신청자 증가
재원 마련 예비비 활용 등 강구
민변 등 "道 나서야 정부 변화"
道 '국가차원 계획 촉구' 공문

19일 도에 따르면 최근 분기별로 지급하는 선감학원 피해자 생활안정지원금 신청 인원은 151명으로 늘었다. 지난달 처음 지급을 시작한 위로금, 생활안정지원금 1분기의 경우 131명이 신청했고 이 가운데 123명에게 지급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 기자회견 당시 접수한 피해자(184명)의 약 70%를 차지했고 2분기 지급에 앞서 신청자는 더 늘었다.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은 진실화해위 진실규명을 통해 정부와 경기도 모두 책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감학원 자체가 국가의 주도로 경기도가 운영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피해 지원 등 책임이 있는데, 여전히 침묵하고 도에서만 피해지원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10월 기준 70명이었던 도내 거주 선감학원 피해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도는 신청한 피해자 모두를 지원할 수 있도록 예비비 활용 등 방법을 강구 중인데, 한편에서는 정부가 주도하고 도가 행정지원을 맡기로 한 유해발굴마저 도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비롯한 6개 시민단체는 이날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김동연 지사 선감학원 유해 발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 유해발굴을 도가 앞장서 추진해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도는 지난달 13일 설명자료를 통해 선감학원 사건의 근본원인이 '국가'에 있다며 유해발굴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선감학원 운영 주체였던 경기도가 더 책임 있게 유해발굴에 먼저 나서면 소극적인 정부의 참여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요구한 셈이다.

단체들은 "경기도는 직접 선감학원을 운영한 책임이 있다. 관련 지원 조례를 보면 경기도가 선감학원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유해발굴을 하도록 규정한다. 발굴에 착수하지 않으면 조례를 위반한 직무유기"라며 "정부가 적극 나서고 경기도가 같이 추진하면 가장 좋지만, 현재 정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경기도가 책임 있게 유해발굴을 하면 정부의 (참여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철진(민·안산7) 도의원도 "지난해 김동연 지사에게 선감학원 관련 여러 질의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전향적 입장이었지만, 유해발굴은 국가 사업이란 이유로 유보한 게 사실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 사과도 중요하지만, 진상 규명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경기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는 전날(18일)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사건을 진실 규명한 진실화해위에 선감학원 공동묘역 유해발굴에 대한 국가차원의 조속한 이행계획 수립·추진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신현정·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