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관해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기자가 청와대 출입하면서 여러 차례 국빈 방문으로 해외 취재 경험이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공식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초대됐습니다.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별장에 초대돼 당시 방미의 '하이라이트'였지요.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헬기 편으로 캠프데이비드에 도착했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대통령이 헬기 앞까지 걸어 나와 맞이하면서 '역사적 만남'을 이루었는데, 이 때 이 전 대통령이 골프 카트를 끌고 옆에 부시 대통령이 함께 타고 가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한편, 미·중패권 전쟁과 공급망 재구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ㆍ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 한일 문제,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산업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방미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고, 윤 대통령도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성과를 내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래서 단순 국빈으로 '대접'만 받고 오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들고 와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미국의 도·감청의 문제,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중관계와 한러관계의 긴장이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이유는 꼬일 대로 꼬인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지지율 반등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초 대통령의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도 파격적인 시도라고 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예상했던 대로 대통령 국정 수행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방미를 계기로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정 동력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양한 친교행사 열려, 이벤트보다 성과에 초점 맞춰야
대통령실이 공개했듯이 27일 우리 시간으로 목요일인데, 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미국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까지 총망라하는 엄청난 규모와 범위의 한미 간 접촉이 이뤄지는 행사임을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민주주의, 법치, 인권의 공동가치를 중요시하는 윤 대통령의 연설 시간에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미 의회 방청석에서 경청하며, 박수를 보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워싱턴 방문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해리스 부통령 내외와 블링컨 국무장관 주최 국빈 오찬, 동포간담회, 양국 기업인 라운드 테이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디지털 바이오 분야 석학과의 대화,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 참석,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정책 연설 등의 행사로 이어집니다.
25일 저녁 윤 대통령 부부와 바이든 대통령의 내외분이 함께하는 친교의 시간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이 많은 데, 70주년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놓인 정세에 대한 성과 보다 친교의 시간에 치우치다 보면 이벤트에 성과가 묻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방미 이후 '실익이 없다' '대접만 받고 왔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겠지요.
윤 대통령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서울에서 1박 2일간 첫 회동을 한 데 이어, 나토 방문 때 다자회담 이후에도 런던, 뉴욕, 프놈펜에서 이미 5차례 크고 작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6번째 회담인데, 그동안 축적돼 온 정상 간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의 내용과 폭이 확장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대통령 안보실은 이미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북한은 계속해서 미사일 도발 및 제7차 핵 실험에 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확장억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작동시킬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훈련 확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미2사단과 같이 한미연합부대 성격의 부대 확대와 한미 작계 개선 등이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기에 더해 추가 전략자산 배치 등도 충분히 가능한 의제이고, 특히 북한의 위협적인 변화와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 대응 체제를 맞춰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능한 게 미국 입장에서도 중국의 위협도 견제해야 하므로 이번 회담에서 좋은 성과가 나올 것 같은 예감입니다.
특히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의 군사 분야 브리핑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그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궁금한 대목 중 하나입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며칠 전 "핵 공격에 대해선 나토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고, 대통령실의 핵심 관계자도 "이번 협의의 깊이와 협력의 폭이 훨씬 더 깊고 강력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외형상 미국의 전술핵 배치 등과 같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방미 일정을 준비한 한 관계자는 확장억제에 대해 누가 들어도 "아, 이것이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져 집행되고 발전되는구나 느낄 수 있게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 정보, 기획, 실행에 대해 확장 억제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냥 단순한 정치, 외교적 수사로만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첨단기술동맹 강화에 방점, 반도체·배터리·퀀텀 등 핵심기술 분야 협력 논의
한미 글로벌 OTT 업계 한자리에 모여 콘텐츠 산업 투자협력 이끌어낼까
■또한 이번 방미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의제를 담았다고 합니다. 기술 동맹에 대한 구체적 실현 과제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이번에 대기업 총수와 6개 경제단체 등 122명의 기업인 대표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이 함께 동행합니다. 이번 순방의 경제외교 의미도 '첨단 기술동맹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글로벌 공급망 질서 재편과 첨단 과학기술, 첨단기업의 유치를 키워드로 삼았다고 합니다.
반도체, 배터리, 퀀텀과 같은 핵심·신흥기술 분야 파트너십 확대와 정보, 사이버, 우주 영역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논의가 활발해질 것입니다.
워싱턴과 보스턴 경제 행사는 투자신고식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나사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 글로벌 영상콘텐츠 리더십 포럼, MIT 디지털 바이오 석학과의 대화, 하버드 대학교 연설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 중 기자는 핫한 OTT 산업을 다루는 '글로벌 영상콘텐츠 리더십 포럼' 행사에 관심이 갑니다. 방송 시장에선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가 화제이지요. '시시한 지상파 드라마 안 본다'는 사람이 많은 시대, 한국에서는 CJ, SLL, 왓챠 등이 참석하고, 미국에서는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NBC 유니버설, 소니 픽처스,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상콘텐츠 기업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합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에 투자 협력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따분한 정치 얘기보다 한미가 동맹 70주년 우정을 돈독히 하면서 양국 정부와 기업인,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회를 확충하는 무대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겠지요.
사회가 각박해지고 불안해 질 때 모든 걸 잊고 싶어지는 마음이 인지상정이듯이 문화와 예술, 방송 등 콘텐츠 산업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대에 부응하고 산업적 붐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는 방법도 국익에 도움이 될듯합니다.
끝으로 노파심이지만 과거 박근혜 정부 첫 방미 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불미스런 행각, 윤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과 같은 뉴욕 발언 등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서도 옥에 티가 생기는 순방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