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반지하 주택의 위험성이 불거진 이후 정부가 공공 차원의 매입을 추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반지하 주택이 주택 건령, 면적 등 공공의 주택 매입 요건에 미치지 못해서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 속, 요건을 개선해 공공 매입이 재추진될 것으로 보여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집중호우를 계기로 반지하 주택에 대한 대책을 다양하게 내놨다. 그 중 하나가 공공에서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기후 변화에 따른 도시 주택 재해 대응력 강화 방안'에서도 정부는 반지하 주택을 공공이 매입한 후 리모델링해 지상층을 공공임대주택, 지하층은 비주거용도로 활용하는 방안 등으로 반지하 주택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작년 두차례 진행 공고서 모두 '0'
건령 20년 이하·면적 20~85㎡ 요건
그러나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반지하 주택을 사들이려고 했지만 1건도 매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4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진행한 지하층·반지하층 주택 매입 공고에서 단 1건의 주택도 매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입 방식은 기존주택 매입과 공공리모델링 매입임대 두 가지였다. 기존주택 매입은 기존 주택을 사들여 지상층은 매입임대주택, 지하층은 커뮤니티 시설로 사용하는 방식이고 공공리모델링 매입임대는 기존 주택을 철거한 후 소형 주택으로 신축해 청년, 취약계층 등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매입이 불발된 주된 이유는 LH의 주택 매입 요건 때문이다. 매입임대주택에서 주거여건 논란 등이 불거졌던 점과 맞물려 LH는 주택 매입 요건을 건령 20년 이하, 면적 20㎡~85㎡ 등으로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호우 당시 침수됐던 주택 등을 비롯해 반지하 주택들은 대체로 그보다 조건이 아래인 실정이다.
또 다세대주택의 경우 전체 세대 절반 이상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다른 집주인이 여럿인 점 등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입이 성사되기가 어렵다.
LH 관계자는 "매입되길 희망하는 주택들도 있었지만 요건에 맞지 않았다. 사업성이 떨어졌던 점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안양시 박달1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박달1동 지하층 주택들은 개발이 처음 시작된 1980년대 후반에 대거 지어졌다. 30년이 훌쩍 넘은 상황"이라며 "반지하 거주민을 위해 동의해줄 다세대주택 지상층 거주자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세대주택은 절반 이상 동의 필요
전문가들 "현실성 없는 정책" 지적
전문가들도 지금의 반지하 주택 매입 정책은 현실성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나온 정책"이라며 "반지하 거주민이 지상층에 이주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임대료 지원 등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LH는 올 상반기에 현행 요건을 개선해 지하층·반지하층 주택 매입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제도를 개선해 매입 공고를 다시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