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인은 일제 강점기 무렵에 항일 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조국을 떠나 먼 이국땅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과 그 후손을 말한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만 7천여 명이다.
주거와 일자리, 언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고려인들에게 자녀 보육료도 큰 부담이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한 달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보육시설 원비를 내긴 힘들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사업 일환으로 '재외동포(고려인) 자녀 보육서비스 지원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올해도 같은 사업을 펼치게 됐지만,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올해 사업에 선정된 단체가 모두 연수구와 남동구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연수구와 남동구에 살지 않는 일부 고려인은 보육 지원금을 받기 위해 매일 아침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어린 자녀를 이끌고 연수구와 남동구로 가야 했다.
인천의 다른 군·구에 사는 고려인들은 대략 1천여 명이다. 이들의 자녀는 단지 연수구와 남동구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받기가 어렵게 됐다. 서구에 사는 한 고려인은 자신이 직접 고려인 엄마들을 모아 서구에 사는 아이들이 몇 명인지 집계해 봤다며 가져온 종이를 보여줬다. 그가 보여준 종이에는 29명의 고려인 자녀가 서구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혀 있었다.
뜻하지 않게 차별을 겪어야 했던 고려인들의 아쉬운 목소리에 인천시 한 관계자는 내년 사업에는 모든 고려인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이 시작된 후에야 연수구와 남동구가 아닌 지역에 사는 고려인들도 지원을 받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 들었다고도 했다. 다른 지역에 사는 고려인들도 똑같이 지원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사업을 펼치기 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수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we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