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현지 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 연설에서 '하와이 이민 역사'를 언급해 한미 우호 협력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1902년 12월 인천 제물포(인천항)에서 미국 하와이로 떠난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이민을 인천시가 '재외동포청 유치'의 역사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터라 눈길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 상·하원 연설에서 "올해는 미주 한인 이주 120주년"이라며 "하와이주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진출하기 시작한 한인들은 그동안 미국 사회 각계에 진출해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동맹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美 상·하원 합동회의 영어연설서
한인이주 120년 출발점 인천 강조
1902년 12월22일 제물포에서 출발한 한국인 이민자 121명은 일본을 거쳐 1903년 1월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고, 최종적으로 86명이 정착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최초 이민자 절반 이상은 인천 사람이면서 인천 내리교회 교인이었다. 미국 입장에선 한인들이 하와이 땅을 밟은 지 올해로 꼭 120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20년 전 인천에서 하와이로 간 최초 이민자들을 한미 우호 협력의 출발점으로 본 셈이다.
윤 대통령 연설에서는 인천과 연관된 다른 키워드도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은 허를 찌르는 인천상륙작전으로 불리한 전황을 일거에 뒤집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885년 인천 내리교회를 설립한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Henry Gerhard Appenzeller·1858~1902) 등에 대해서도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소개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미국 국빈 방문 중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오는 6월 출범할 재외동포청을 통해 동포와 모국을 긴밀히 연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떠난곳서 다시 맞이' 당위성 명분
맥아더 '인천상륙작전' 키워드도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행보는 인천시가 주장하는 '(동포를) 떠나 보낸 곳에서 다시 맞이한다'는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당위성과도 맞아 떨어진다. 재외동포청의 '서울 소재론'보다 인천 소재의 명분이 여전히 강한 이유다.
재외동포기본법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외동포청 출범과 정책 체계화 기반 마련 작업은 마무리됐다.
재외동포기본법은 '재외동포사회의 안정적 발전' '재외동포와 대한민국 간 유대감 강화' '재외동포의 인적 자원 개발 지원' 등 재외동포정책의 기본 방향을 정하고, 정부가 5년 동안 추진할 정책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현재 재외동포청 소재지는 인천과 서울로 압축된 상황으로, 정부는 조만간 둘 중 한 곳을 선택할 예정이다. → 관련기사 2면(북핵 위협 맞서는 한미 공동의지 '워싱턴 선언' 대내외 천명)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