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찾은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의 한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이미 2010년 구성지구 택지개발사업이 준공되면서 초등학교가 들어섰어야 할 이 부지는 무성히 자란 잡초들로 뒤덮이고 성인 키보다 높은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 14년 동안 빈 토지로 방치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 계획 수립 당시 해당 용지를 포함해 지구 내에 2개의 초등학교 용지를 지정했지만, 학령인구가 추산한 수요에 못 미치자 학교 건립이 보류됐기 때문이다.
울타리 3m마다 하나씩 박힌 '불법경작 금지'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경고가 적힌 말뚝이 무색하게 토지 곳곳엔 담배꽁초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의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8년 인근 아파트 단지에 입주해 거주 중인 김모(50)씨는 "마을 생길 때부터 방치된 땅인데, 인근에 가로등도 설치되지 않아 한때 학생들이 몰래 모여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며 "바로 인근에 초등학교가 하나 더 있다. 개발 당시 학교가 많아 주변 환경이 좋다 생각해서 입주했는데, 오히려 방치된 땅으로 낙후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줄어 '학교 땅 20% 최다'
"학생들 일탈 장소로" 슬럼화 조짐
이처럼 행정 수요 예측 실패와 예산 미확보 등으로 매각되지 않은 도내 공공시설용지들이 수년째 방치되며 인근 지역이 슬럼화되고 있다. 경기도가 용도 변경 등 대안을 추진(4월12일자 2면 보도=미매각 공공시설 용지 152곳중 125곳 '팔 계획없음')하는 이면에는 주민들을 위한 기반시설 부지가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미매각 공공시설용지 145곳 중 학교 용지가 25개로 가장 많은 20%를 차지했다.
지구단위계획 수립 당시 예측한 학생 수와 분양 시점 수가 달라지면서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대다수다. 사회복지시설(15개)과 경찰서·소방서(8개)는 예산 부족 등이 주요 원인이었으며 동사무소·공공청사(7개)와 유치원(10개)도 행정, 인구수요 예측이 빗나가며 방치됐다. → 표 참조
그중 도의 실태 점검 결과 미매각 용지 125곳은 매입 계획이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70% 가까이는 5년 이상, 20% 정도는 10년 이상 용지가 방치돼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추후 목적대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 셈이다.
道 점검 결과 125곳 매입계획 없어
용도변경 요청… 무분별 개발 우려
이에 도가 용도변경을 통한 부지 활용을 위해 LH 등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지만,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택지개발 당시부터 복지, 행정, 기반시설 입지를 원하고 입주한 주민들의 기대 대신 무분별한 용도변경으로 건설·시행사 배만 불리는 상업·주거시설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용도 변경을 추진할 때는 지자체 권한으로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가 계속해서 변화하며 택지개발 당시와 수요 예측이 빗나간 학교용지가 가장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