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윤석열 대통령과 지난 24일부터 5박 7일 국빈 방미에 동행한 기자의 취재기로 이번 방미 성과를 논하고자 합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30일 오후 2시 10분께 공군 1호기 편으로 성남 서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워싱턴 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 국빈 방미 일정과 보스턴으로 넘어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및 하버드 대학교 토론 및 연설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지난 24일 출국했던 윤 대통령의 일정은 대표적으로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정상회담과 국빈 만찬,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미 국방부인 펜타곤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후 보스턴으로 이동해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도 학생과 세계 석학들을 대상으로 정책 연설과 토론을 이어가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품격을 과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한미 순방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뤄진 이번 국빈 방미를 통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첨단기술동맹 등으로 양국 협력을 다각화하는 데 성과를 냈다는 점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도출한 것은 나름 핵우산의 공유와 활용에 빗장을 푼 것으로 해석됩니다.
전략적 안보동맹으로서의 대북 확장억제가 획기적으로 강화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지난 26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의 문건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았습니다.
경인일보는 정상회담 하루 전 백악관에서 먼저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전제로 선언문의 내용을 설명한 자료를 입수해 국내 전문가를 상대로 해당 발언의 위력을 파악했고, 그대로만 된다면 몇 가지 전제가 될 경우 '대박'이라는 답변을 들었고, 나름 이미 있는 기사를 내 보냈습니다.
먼저 차관보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신설이 골자였고, 그 내용이 잘 진행될 경우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보다 더 위력적인 체계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토의 경우 다자 협의체이지만, 워싱턴 선언은 그야말로 한미 양국 간의 협의체여서 더 신속하게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지요.
이중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핵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는 소식은 더 고무적이었고, 아마도 중국과 북한엔 위협적이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후 중국과 북한이 거칠게 대응한 것은 이를 방증하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하버드대 대담에서 "나토 핵 공유하고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미 보도를 통해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워싱턴 선언 자체에 대해 핵 관련 부문에서 한미 간 '해석 차'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우리가 핵을 만들지 않되, 미국의 핵우산을 공동 운용할 수 있는 토대는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략적 핵잠수함을 얼마나 지속해서 정례로 전개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쉽지 않지만,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이 SSBN을 한국에서 전개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비록 핵우산을 펼칠 '버튼'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자동화된 핵우산 하나는 새로이 마련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핵탄두를 장착한 핵잠수함의 정례적 지속적 전개는 핵을 보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미국은 이미 워싱턴 선언에 앞서 SSBN을 이동시키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백악관 공식 국빈만찬에서는 한미 동맹에 대해 굳건한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 재선에 나서는 바이든의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센터 방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으로 이어진 윤 대통령의 일정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한미간의 친밀도를 더 높인 것은 자명해 보였습니다.
한미정상 부부 동반으로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함께 방문해 동맹의 의미를 되새겼는데, 윤 대통령 부부와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걸으면서 과거의 아픔을 서로 위로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빈만찬 말미에 윤 대통령의 애창곡인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약 1분에 걸쳐 '깜짝 공연'을 한 것도 서로를 더 친밀한 동맹 관계를 이어가게 했습니다. 이번 방미를 준비한 백악관 측이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를 미리 파악하고, 백악관 소속 해병대 밴드에 미리 반주를 준비시켜둔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문화·예술 외교의 흔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지요.
대통령이 노래한 것을 두고 야당에서는 비판을 계속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12년 만의 국빈 방미에 나선 윤 대통령의 수행단에는 김태호 국회외교통일위원장과 주호영·박성민·정점식 의원 등 4명 의원이 대통령 수행단에 포함돼 '의원 외교'를 펼쳤습니다.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무게를 뒀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기존 안보와 경제뿐만이 아니라 사이버, 우주 분야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동맹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김 의원을 비롯한 몇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상하원 연설회 때 1층 회의실에 앉아 참관하고, 미 의회 의원들과 인사를 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고 자임한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 성과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한미는 첨단과학기술 동맹입니다. 미국은 기술 집약형 산업이 발달한 나라이고, 대한민국은 제조 기술이 뛰어난 나라입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이면서, 이제 첨단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하고, 미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와의 협력 모색 등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번 일정에 아예 공개하지 않았던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방침은 사실 깜짝 이벤트였습니다. 순방 때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해온 윤 대통령이 이번에 실무자들에게 직접 보고를 받고 3개월 동안 준비했다는 사실을 현지 취재 현장에서 알게 됐습니다. '세일즈' 잘하는 대통령 이미지를 살리고 싶었겠지요.
글로벌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대통령상을 만들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터. 그래서 방미 첫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4년간 25억 달러' 투자를 받아내는 성과가 돋보였습니다.
넷플릭스 외에 6대 첨단 기업(19억 달러), 코닝(15억 달러)까지 합하면 이번에 약속된 미국 기업의 투자 규모는 59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입니다.
윤 대통령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도 접견하고, 완성 전기차 생산라인인 '기가팩토리'의 한국 유치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었습니다. 이 또한 비공개 일정이었는 데 나름 기대를 많이 하는 모습입니다.
투자 유치에 이어 양국 기관·기업 간 50건에 달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야겠지요.
대통령실은 이번 방미 성과에 대해 "미국(설계·장비)과 한국(제조) 양국이 서로 강점을 활용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가치 동맹'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미국과 한층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하버드 대학의 정책 연설을 한 것도 한미 동맹 지지의 저변 확대와 국격을 높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법대가 있는 하버드대에서 검사 출신 대통령이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자유를 위협하는 독재와 전체주의에 강력한 연대 및 자유를 위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강조한 것에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한미동맹의 지지와 저변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보는 것이지요.
■양국 영부인끼리 진행한 일정도 이번에는 꽤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5박 7일의 국빈 방미 기간 워싱턴D.C.에서 5차례 얼굴을 맞대며 '끈끈함'을 과시했는데 이 자리 마다 부인들의 동행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백악관 관저 초청·한국전 참전 기념비 방문, 공식 환영식 국빈 만찬 등에 손을 잡고 등장하곤 했지요.
정상회담 하루 전인 25일 늦은 오후 백악관 관저에 윤 대통령 부부를 초청, 첫 동반 일정을 가졌고, 두 부부가 발코니에서 워싱턴 주변 전경을 감상하며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양 정상 부부는 이어 '한국전 참전 기념비'도 함께 방문했고, 서로 의미 있는 선물을 제공하면서 강한 인상을 모습을 남기는 것도 화제가 됐습니다.
매번 대통령의 순방 때마다 크고 작은 실수들이 발생해 일하고도 욕먹는 구조가 되풀이되었는데, 이번 방미를 계기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며 안도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윤 대통령은 1호기에 동승한 기자단을 찾아 인사했습니다. 김 여사도 윤 대통령과 별도로 기내를 돌며 "기자들 덕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더군요. 일부 기자의 요청을 받고 '휴대전화 셀카' 촬영에 응하면서 "셀카요. 영광입니다"고 겸연쩍어하는 모습도 이채로웠습니다. 미국 순방이 모든 '악재'(?)를 털었다며 자신감을 얻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