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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티앤씨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ADHD VR 치료기기를 직접 시험해보고 있다.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 겁니다."

히포티앤씨는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가 2020년 만든 기업이다. 설립한 지 3년 가량이 된 신생 기업이지만 주목을 받는 이유는 ADHD(주의력 결핍 과다 행동 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세계 최초로 시도하고 있어서다.

장애아 낙인 우려 부모들 주저
물건 정리 등 10여개 미니게임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장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ADHD 진료 인원은 2017년 5만3천56명에서 2021년 10만2천322명으로 92.9% 증가했다.

ADHD를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병원에서 수많은 설문조사에 임해야 한다. 하지만 ADHD를 겪는 아이들은 단 10분도 한곳에 앉아있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당사자인 아동이 아닌 부모가 대리로 조사에 응하는 경우가 많아,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태명 대표는 "ADHD를 처음 진단받을 때 부모들은 자식이 장애아로 낙인찍히는 게 두려워 진단을 망설일뿐더러 병원에서도 솔직한 증상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ADHD 진단 및 치료 기술 개발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ADHD VR 치료기
히포티앤씨에서 자체 개발한 앱을 통해 ADHD 진단뿐만 아니라 치료도 진행할 수 있다. 2023.5.1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히포티앤씨가 개발한 '어텐게어디'는 게임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 아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VR기기를 착용한 상태로 레이싱 게임, 물건 정리, 퍼즐 맞추기 등 히포티앤씨가 자체 개발한 10여개 미니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진단한다.

게임 중간에 나오는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물건을 정리하면서 목표 이외의 것들에 관심을 갖지는 않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토대로 수십여명의 연구원들이 ADHD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ADHD를 진단받은 아이들은 VR 게임을 통해 물건을 정리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우면서 거부감 없이 디지털 치료를 받게 된다.

정태명 대표 "약물 오남용 줄여"
인식전환 목표… 국내외 임상중
 

정 대표는 "전 세계 명문대를 거친 40여명의 연구원들과 의료진들이 모여 아이들이 ADHD를 진단받을 때의 거부감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04년부터 지금까지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출시된 ADHD 치료제는 약물이 대부분인데, VR 기술을 통해 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면 약물의 오·남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히포티앤씨의 궁극적 목표는 ADHD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영구적인 장애나 질병이 아닌, 감기처럼 100% 치료 가능한 것으로 거부감 없이 진단과 치료를 유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 시험을 우리나라와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VR을 통한 ADHD 진단과 치료가 본격화되면 국내뿐만 아니라 ADHD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해당 디지털 치료기기로 얻는 수익을 다시 ADHD 아이들에게 장학금 형태로 기부하고 또 다른 연구를 진행해, ADHD 진단 및 치료제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