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에 쉰다고 누가 돈 줍니까, 일해야죠
1일 부천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라이더) 박모(53)씨. 그는 유급휴일로 지정돼 쉬어도 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날'임에도 어김없이 배달 오토바이를 몬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노동자(특고)'로 근로기준법 적용 밖에 있어 휴일 급여를 받을 수 없어서다.그는 "평소처럼 오늘도 아침 9시에 나와 일하기 시작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일이 줄어든 반면, 라이더는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 하루 8시간 하던 일을 이제 10시간 정도는 해야 돈을 그때처럼 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오늘 쉬면 하루 일당이 날아가는데 근로자의 날은 우리 같은 이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날"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고·비정규직·이주노동자 등
유급 휴일 보장받지 못해 출근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근로자의 날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이들이 있다.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특고·비정규직·외국인 노동자들과 5인 미만 사업장에 몸담은 이들인데, 기념일 취지에 맞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시금치·상추·얼갈이배추 등을 재배하는 태국인 이주노동자 A(31)씨도 근로자의 날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다. 비닐하우스 50여 동의 채소를 거둬들이고 관리하는 데 인원은 A씨 포함 4명뿐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통상임금의 최대 2.5배까지 받을 수 있는 휴일 근로수당도 이들에게 예외다. A씨는 "근로자의 날은 알고 있다"면서도 "8시에 나왔는데 5시(오후)까지 일해야 돈을 제대로 다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쉬면 그만큼 일당 날아가
우리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날"
실제 HR전문업체 인크루트가 지난달 27일 직장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날 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5인 미만 영세기업(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에 다니는 이들 중 59.1%가 "출근한다"고 답할 정도로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쉬지 않고 일하는 비율이 높았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영세사업장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속한 농어업분야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라며 "한국 사회경제의 한 축을 떠받치는 이들인데, 근로자의 날 취지에 맞게 유급휴일을 주는 식으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