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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수년째 딸아이와의 시간을 되찾으려는 아버지가 있다. 그는 2014년 태어난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리지 못했다. 아이의 친모가 다른 사람과 이혼하고 300일이 지나기 전에 그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민법에는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지 않고 태어난 아이는 새로운 아버지 호적에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모와 헤어진 그는 소송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있었지만, 아이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없었다. 주 양육자로 지정된 친모가 아이를 보여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아이와 함께 살지 않는 부모의 면접교섭권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다. 하지만 주 양육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다른 부모는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법원에 면접교섭 이행 청구 신청을 해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가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생 딸아이는 손톱과 치아 상태가 엉망이었다고 한다. 참다못한 그는 양육자 변경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친모의 손을 들어줬다. 여전히 그는 아이를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부모따돌림방지협회는 그처럼 면접교섭 방해를 겪는 부모들을 돕는 단체다. 부모 따돌림은 이혼 가정 등에서 아이와 함께 사는 부모가 함께 살지 않는 다른 부모의 면접교섭을 방해하고, 아이가 거부하도록 '가스라이팅'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2월 인천 남동구에서 계모와 친부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의 친모도 부모따돌림 문제를 겪었다.

미국, 영국,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선 이미 부모 따돌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국내 가정 법원은 자녀와 비 양육 부모의 원만한 만남을 위한 면접교섭 센터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부모 따돌림 문제를 겪는 가정의 현황 파악도 못 하고 있다.

얼마 전 그는 또 한 번의 양육자 변경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다시 긴 싸움을 시작한 그는 딸아이와 보낼 행복한 시간을 꿈꾼다. '가정의 달' 5월에도 가정에서 소외된 누군가는 사랑하는 자녀와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백효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