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불투명시트지' 원인 주장
"내부 안보일때 범행 잠재가능성"
지난 1일 밤 11시께 안산시 중앙동 소재 한 편의점 계산대 앞 유리창엔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돼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A(20대)씨는 계산대 옆 매대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바깥에선 시트지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A씨는 "진상 손님이 오면 짜증도 짜증이지만, 가끔 무서울 때가 있다"면서 "요새 '묻지마 범죄'가 많은데 밤에 편의점엔 손님이 별로 없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절도, 폭행 등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범죄 수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담배광고의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편의점에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가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불투명 시트지가 점포 내부를 가려 근무자가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불투명 시트지는 지난 2021년 7월 보건복지부의 담배 광고 규제에 대한 편의점 업계의 대안격으로 등장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청소년 흡연율 감소를 위해 편의점 밖에서 내부에 붙은 담배 광고를 볼 수 없도록 규제 방안을 내놨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담배 광고물을 떼는 대신 점포 외부 유리창에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했다. 담배 광고물을 떼면 매달 담배회사로부터 받는 20만~60만원 상당의 광고비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득이 시트지를 부착했지만, 점포 밖에서 내부 상황 확인이 어려워져 편의점 내 범죄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이런 불안감은 지난 2월 인천시 계양구의 편의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더 커진 실정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많은 범죄 심리 전문가들이 점포 내부가 보이지 않을 때가 보일 때보다 잠재적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시트지를 부착해서 광고가 노출되지 않도록 했지만 그렇다고 청소년 흡연율이 줄어들지도 않은 실정"이라며 "편의점 근무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불투명 시트지가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금의 담배 광고 규제를 규제심판제도에 상정했다. 실태조사를 거쳐 현행 조치를 유지하는 게 적절한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단속 주체인 보건복지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불투명 시트지를 무작정 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편의점 업계와 협의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